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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지배구조 여전히 취약…CEO 후보군 관리 무용지물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지연되면서 지배구조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탄핵정국 여파로 후보군 물색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경영 승계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도 외부 추천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농협금융의 전현직 경영진들로 구성된 내부 후보군이 '들러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농협금융 새 CEO 선임 난항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하고 지주 회장을 비롯해 농협은행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입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CEO 경영승계절차는 임기만료 40일 이전 개시해야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 변경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사임이나 관계법령 및 정관 등 관련규정 상 자격상실, 해임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내부 규범과 직전 사례를 미뤄보면 CEO 인선 절차는 늦어지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을 회장 후보로 올리고 검증할 때에도 한달 가량 소요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임추위는 2022년 11월14일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했고 12월이 되기 전에 숏리스트 7명을 추렸습니다. 12월2일 3차 숏리스트를 4명으로 압축한 뒤 인터뷰 대상자를 이석준 회장으로 결정했고, 같은 달 10일 이 회장을 CEO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습니다.
 
회장 선임 절차가 지지부진하자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선도 잇달아 지연되고 있습니다. 회장 선임 이후 계열사 CEO 인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말 임기 만료 예정인 계열사 CEO는 농협은행장을 포함해 4명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 임추위가 다음 주로 밀린 것으로 안다"며 "임기 만료 직전에 인선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농협 내부 관계자는 "회장 선임 이후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나야 하겠지만 과거 회장직을 잠시 공석으로 둔 적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장을 먼저 선임한다거나 교체에 무게가 실렸던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이석준(사진 오른쪽)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부 후보군 유명무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의 CEO 임기가 만료되기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합니다.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과 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는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를 선정했습니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임추위가 회장 후보군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농협금융 회장의 내부 후보군이 없는 것도 아닌데요. 농협금융 임추위는 매년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정하고 있습니다. 후보군에 속한 인물들을 검증할 시간이 최소 1년 이상 주어지는 것입니다. 후보군에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농협생명 등 계열사 경영진과 전직 CEO 등이 포함됩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임추위가 꾸린 회장 후보는 17명에 달합니다. 17명 모두 내부 인사이고, 금융사와 비금융사, 공공기관 등 외부에서 선정하는 외부 후보군은 1명도 없습니다. 내부 후보군이 풍부하지만 그간 내부 출신이 회장에 선임된 것은 손에 꼽힙니다. 과거 농협금융 회장을 보면 신충식 초대 회장과 제6대 손병환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선 관료 출신입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항회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협금융은 지난 10월 경영승계절차 관련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습니다. 최고경영자 후보군 관리 조항을 신설하고 내부후보군 대상을 △재직 중인 대표이사, 집행간부, 본부장 등 △최근 3년 이내 퇴직한 집행간부, 본부장 등으로 정했습니다. 특히 '경영승계절차 개시 후에도 이해관계자 및 외부 자문회사 등 외부로부터 후보자 추천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요. 회장 인선 절차가 시작된 이후 언제라도 외부 출신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깜깜이 인선' 그대로
 
경영승계절차가 현 CEO의 임기 만료 40일 전에 개시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회장 인선 막판까지 외부 인사에 문을 열어 둔 것입니다. 반면 KB·신한·하나 등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내부 후보군과 비슷한 규모의 외부 후보군을 주기적으로 추천받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장 교체기나 정권 교체기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 형태인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상 중앙회의 영향력은 막강한데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강 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문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권 내에서는 여전히 농협금융이 비공개로 회장 후보를 압축하고 있다며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농협금융은 롱리스트부터 숏리스트를 투명하게 공개한 바 없습니다. 금융지주 선임 과정에서 회장 후보군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선임 절차 일정은 물론 롱리스트와 숏리스트 후보군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