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7월 11일 18: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6월부터 이어진 국내 증시 활황을 타고 한계기업들의 유상증자가 이어지고 있다.
SK증권(001510) (642원 ▼2원 -0.31%)은 이런 상황에서 고난도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형 딜 주관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SK증권의 주식자본시장(ECM)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계기업, 증시 활황 타고 유상증자 잇달아 추진
이번 유상증자는 최대주주 변경에서 발생한 자본구조 개선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의료기기 기업
휴마시스(205470) (2,060원 ▼40원 -1.94%)는 김병진 플레이크 회장 지분 34.8%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기존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아 연결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던 경남제약이 연결에서 제외됐고 그만큼 자본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빌리언스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자본금은 203억원에 자본총계는 194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결손금도 925억원으로 자본잉여금 92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무상감자가 완료되면 자본금은 41억원으로 줄어들고 감자에 따른 163억원 감자차익으로 결손금 상계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유상증자까지 완료되면 자본금은 41억원에서 81억원으로 늘어나고 자본잉여금은 발행가 대비 초과금 약 75억원이 반영돼 자본총계는 310억원 수준까지 회복된다.
이번 유상증자의 성공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14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영업적자를 겪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처럼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한계기업의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다. 빌리언스 이전 유상증자가 추진된 형지글로벌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확정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 조치가 있었지만, 결국 유상증자 결정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최소화하며 기존 예상발행가액 3420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인 3200원에 확정할 수 있었다.
고난도 딜 도맡은 SK증권
시장의 우려와 기대를 낳은 두 건의 유상증자 모두 SK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SK증권은 빌리언스의 주관에선 인수수수료로 모집총액의 1.8%, 실권수수료로 잔액인수금액의 20.0%를 책정했다. 발행조건이 완료된 형지글로벌에서도 인수수수료 2.0%, 실권수수료는 잔액인수금액의 15.0%로 챙겼다.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진행하는 조달 방식이다. 하지만 SK증권의 주관 내역을 살펴보면 단순히 어렵다는 것 이상으로 고난도다.
(사진=SK증권)
SK증권은 이들 모두의 유상증자를 마무리지었다. 손오공의 경우 주관업무만 맡아 리스크를 최소화했고 비비안은 주선업무를, 형지I&C는 인수 제외하는 조건으로 진행했다. 위험한 딜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한 결과다.
자신감이 붙은 SK증권은 이후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사업운영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5월에 발행조건이 확정된
해성옵틱스(076610) (309원 ▲8원 +2.61%)의 유상증자에선 실권주를 인수하는 대가로 딜을 주관했다. 이어 지난 6월13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률 86.54%,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률 6137.16%로 마무리했다.
"고난도 딜이지만 대형 딜 주관은 관점이 달라"
SK증권은 작년부터 고난도 유상증자를 선점해 실적을 쌓아왔다. 지난해 총 2818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2분기까지 1284억원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SK증권은 이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조직을 개편, 기업금융2본부 내 ECM 담당 부서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했다. 신설된 ECM3부는 현재 SK증권 유상증자의 핵심부서다.
하지만 이런 고난도 딜 주관에도 불구하고 대형딜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고난도 딜은 주관만 해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딜 주관 능력을 인정받아 대형딜로 주관 역량을 확대하는 데 의미를 둔다. 올해 시장에서도 주목되는 대형 유상증자가 있었다. 하지만 SK증권은 해당 유상증자에서 인수사로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소형 유상증자와 대형 유상증자의 실질적인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유상증자의 경우 기업 자금조달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소형 유상증자의 경우 자금조달보다는 투자 전략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진행된 유상증자의 경우 ECM조직이 아닌 커버리지 조직이 진행할 정도로 주식발행보다는 기업 자금조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단순히 주식을 발행한다는 측면에서 대형 유상증자가 ECM 주관 역량에 달려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소형 유상증자가 곧 대형 유상증자 주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대형 유상증자는 자금조달 솔루션 제시 능력에 달렸다"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