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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일렉트릭(267260) (81,700원 ▲1,600원 +1.96%)(이하 현대일렉트릭)이 미국 생산 공장을 증설해 고율의 대미 수출 관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철강이 포함된 제품에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형 변압기도 관세 여파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고율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현지 생산이 요구된다. 현대일렉트릭은 미국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 부담이 해외 경쟁사보다 적고, 생산능력이 주요 경쟁사 중 가장 높다는 평가다. 이에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에 고율 관세 부과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월부터 철강이 사용된 수입 제품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현대일렉트릭이 생산하는 대형 변압기도 관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은 산정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철강의 국적과 함유 비율 기준을 구체적으로 산출한 후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관세율도 정해질 예정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는 변압기 제조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제조업 부흥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미국은 변압기 수요가 높지만, 수요의 82%를 수입에 의존한다. 자국 내 생산 설비 투자가 있어야 높은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미국 대형 변압기 시장은 한국, 일본, 독일 등 해외 국가들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해당 국가 업체가 변압기 관세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 변압기 수요는 꾸준히 고공행진할 전망이다. 현지 투자를 확대할 요인이 충분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에너지 인프라와 인공지능 산업에 130조원 투자를 발표했으며, 향후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힘입어 높은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시장은 현대일렉트릭의 최대 매출 국가다. 올해 상반기 현대일렉트릭 해외 자회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자회사는 북미 판매 법인(HD현대일렉트릭 아메리카 코퍼레이션)과 북미 생산 법인(HD현대 파워 트랜스포머)다. 두 자회사는 올해 상반기 각각 6423억원, 27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기준 3위인 중국 자회사(매출 843억원)보다 매출이 3배 이상 높다.
현대일렉트릭의 북미 매출은 두 갈래로 나뉜다. 판매 법인을 통한 매출과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한 매출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판매 법인을 통한 매출이 현지 생산보다 높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북미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현지 생산이 필수로 꼽힌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선례도 있다.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대해 최대 16.8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11년부터 미국 최대 생산능력 공장 운영
미국 대형 변압기 시장에서 현대일렉트릭의 경쟁자로 일본(히타치에너지), 독일(지멘스에너지), GE(미국) 등이 거론된다. 다만, 대형 변압기 산업 특성상 현대일렉트릭이 경쟁구도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대일렉트릭은 2011년부터 미국 내 공장을 운영했다. 반덤핑 관세를 피하려는 조치였다.
대형 변압기는 주문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숙련된 인력이 요구되고, 공장 설립 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까지 통상 3~4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미국 현지에 이미 공장이 구축된 상태라면 기존 공장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화 기간을 이겨낼 수 있다. 아울러 재무적 투자뿐 아니라 숙련 인력 등 확보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미국 내 공장 운영 기간과 생산 능력을 고려했을 때 14년 동안 미국 공장을 운영해 온 현대일렉트릭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미 대형 변압기 시장은 경쟁구도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멘스에너지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약 2100억원을 들여 미국 내 첫 대형 변압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생산능력은 연간 24대로 예상된다. 히타치에너지는 1억5000만달러를 들여 미국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히타치에너지 역시 유럽이 주 사업무대라 현대일렉트릭보다 미국 공장 생산 능력이 작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 가장 큰 대형 변압기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미국 공장 생산능력은 연간 105대 내외 수준이다. 생산 제품 크기에 따라 연간 생산량은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2년간 미국 공장 추가 신설에 2505억원을 투자한다. 투자 후 미국 내 생산 능력은 지금보다 20%가량 증가한다.
투자금 역시 빠른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일렉트릭 미국 공장 가동률은 91.8%로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다. 대형 변압기 산업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향후 증설 이후에도 높은 가동률이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대형 변압기 시장의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철강 포함 비율 등 관세 부과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기준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며, 향후 북미 공장 및 울산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