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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365340) (99,500원 ▼100원 -0.10%)의 재무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이어가면서, 금융당국의 기준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급격히 늘어난 차입 부담과 이자비용 증가는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8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선 가운데 회사가 업황 회복까지 재무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일하이텍 헝가리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전경. (사진=성일하이텍)
차입 부담 ‘가중’…이자비용 4배 증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2023년 83억4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713억9000만원으로 더욱 커졌다. 불과 1년 만에 손실이 8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329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325억원)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이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는 성일하이텍의 수익성 악화 흐름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금창출력 저하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22억원으로 전년 동기(-230억원)보다 100억원가량 더 악화됐다.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금난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금흐름 악화는 투자 지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1088억원) 대비 약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폐배터리 물량 확보와 공장 증설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성일하이텍이지만, 최근 들어 투자 속도를 크게 늦추는 모습이다.
보유 유동자산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141억원, 단기금융상품 39억원, 기타금융자산 70억원, 기타유동자산 70억원 등 총 32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428억원) 대비 약 100억원 감소한 수치다. 반면 단기성부채 규모는 2678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2072억원을 비롯해 유동성 전환사채 450억원, 유동성장기부채 79억원, 기타 유동부채 및 금융부채 77억원 등이 포함됐다. 보유 현금 대비 단기 부채 부담이 8배 이상 큰 상황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입 부담이 과중해지면서 이자 비용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101억원으로, 전년 동기(23억원)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적자인 상황에서 이자비용이 발생하며 이자보상배율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이자보상배율은 연간 적자가 시작된 2023년에는 -2.27배, 지난해 -8.09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6.53배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이면 ‘한계기업’으로 분류하는데, 성일하이텍은 이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계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권 신용도와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 역시 크게 악화된 상태다. 부채비율은 2023년 77.42%에서 지난해 202.25%로 뛰었고, 올 2분기에는 287.72%까지 치솟았다. 반면 유동비율은 40.93%로 떨어져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시장 성장성은 유효…관건은 수익성 회복
결국 성일하이텍은 800억원 규모 CB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KB증권과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발행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성일하이텍은 영구 CB, 교환사채(EB)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했으며, 투자 규모에 따라 경영권 변동 가능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기존 CB의 상환 시점이 다가오자 결국 신규 CB 발행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조달한 자금은 우선 기존 CB 상환에 사용되고, 남은 자금은 확보한 폐배터리 물량 소화와 공장 운영에 투입될 계획이다. 성일하이텍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늘어나는 폐배터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지만, 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성일하이텍이 눈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를 CB 발행으로 일부 해소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익성 개선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기존에 탑재돼 있던 배터리가 폐기돼 폐배터리 시장에 나올 때 리사이클링 시장 규모가 커질 시기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성은 유효하지만 그 시기가 올 때까지 회사 재무체력이 버텨줄 수 있냐는 게 가장 큰 문제다.
<IB토마토>는 성일하이텍 측에 올 하반기 실적 전망과 수익성 개선 방안 및 자산 매각 등 유동성 확보 계획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