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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7일 11: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은행 역시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온다. 이에 자본시장에선 '저금리 회귀'가 새로운 환경으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채권시장과 자금조달 환경에 어떤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진단하고, 저금리 시대를 이끌 새로운 판세를 조망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미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금리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저등급 채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보다 업황과 실적에 따른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하 전망…시장은 '저금리 모드'
현지시간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금리를 내리기에 완벽한 시점”이라며 오는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해 "빅컷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4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빅컷'은 통상적인 0.25%포인트(p) 인하의 두 배인 0.5%p 인하를 말한다. 연준은 2024년 9월 한 차례 0.5%p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0.25%p 인하 전망이 우세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연준 압박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전망은 확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연내 두 차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연말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춰 잡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위원 6명 중 5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이는 강력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성장 하방리스크 대응을 위해 인하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물가와 금융안정을 고려해 속도와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행 활기 되찾는 저등급 채권
저금리 전환 기대가 커지며 저등급(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고금리기에는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가 부담을 느꼈지만 최근에는 완판과 금리 할인, 증액 발행까지 잇따르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가산금리)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15일 기준 AA-등급 회사채와 국고채 간 스프레드는 47bp(1bp=0.01%포인트), BBB-등급과의 차이는 631bp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실적이 뒷받침만 된다면 A등급 이하 저등급 채권 주관도 충분히 할만 한 시장이 됐다"라며 "향후 금리 인하가 계속될 경우 저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3년물 국고채와 AA등급 회사채 가산금리 차이 추이 (사진=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실적 따라 갈리는 수요…차별화 본격화
금리 인하 기대에도 모든 저등급 채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실적과 업황에 따라 수요가 극명히 갈린다.
이랜드월드(BBB)는 1년물(6.6%), 1년6개월물(6.8%) 고금리를 제시했지만, 300억원 모집에 80억원 수요에 그쳤다. 반면
두산퓨얼셀(336260)(BBB)은 400억원 모집에 630억원 주문을 받아 620억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금리도 민평 대비 –8bp, –1bp에서 확정됐다. 이는 단순한 신용등급보다 기업 실적과 시장 신뢰가 수요를 좌우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량 등급이라도 업황 리스크가 부각되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여천NCC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여천NCC의 공모채는 8월 민평금리(3.627%)보다 무려 1113bp 높은 14.763% 금리로 장내 체결됐다.
한화(000880)와 DL이 공동 출자한 여천NCC는 현재 A-(부정적) 등급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 회복 지연과 기발행 채권 상환 부담이 겹치면서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채권 발행 시장은 한동안 발행기업의 개별적인 실적이나 업황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가자 누구도 현재로서는 비우량 채권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관련 회사채를 발행하려 해도 시장이 이를 받아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