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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법인세 역풍)③SK그룹, 재무 개선에도 법인세 인상 '새 복병'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7일 16: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율을 모든 구간에서 1%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세수 결손이 배경이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한계에 달한 비용 부담에 법인세 인상까지 겹치면 기업 활동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에 더해 국내 법인세율까지 오르면서 기업들이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은 주요 그룹사들의 재무 전략과 투자 계획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세제 개편의 배경과 더불어, 주요 기업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003600) (207,000원 ▼12,000원 -5.80%)그룹이 차입 부담을 줄이고 사업 집중화 등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세법 개정에 따른 법인세율 인상이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합병 효과로 외형을 키운 SK이노베이션(096770) (131,100원 ▼2,500원 -1.91%)과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000660) (131,200원 ▲200원 +0.15%)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밸런싱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오히려 세부담 확대와 맞물리며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SK)
 
주요 계열사 리밸런싱 속 외형 확장·실적 회복…세율 인상 맞물려 부담↑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2023년 84조원에 달하던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74조원으로 내려 앉았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EBITDA 배수도 4.2배에서 1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부터 정유·화학·배터리 등 주요 계열사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재무 안정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그룹은 특히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라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을 주축으로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에서 고강도 리밸런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SK E&S의 합병하면서 외형 성장뿐 아니라 실적 개선도 뚜렷해졌다.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조 5621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560.48% 껑충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와 E&S 부문 개선으로 흑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26년 법인세율 인상이 반영되는 시점에서 이익 개선이 뚜렷할수록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간 합병 수순으로 커진 외형과 이익 개선에 수익성 회복 국면과 맞물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최정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자산과 이익 규모가 이전 대비 확대된 계열사들이 많아 법인세율 환원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IB토마토>에 “SK이노베이션은 상당 규모의 이연법인세부채가 누적된 상태라 세율 인상이 예정된 현재 시점에서는 미래 세부담을 고려해 보수적 재무전략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이연법인세 부채(2024년 말 기준)는 6344억원에 달한다. 세율이 높아지면 기존에 쌓여 있는 이연법인세부채의 평가액이 커져 부채가 늘어나고 이는 향후 현금흐름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IB토마토>에 "지난해 E&S 합병에 따라 1조7904억원에 달하는 미사용 세무상 결손금, 미사용 세액공제 등이 추가되면서 전년 대비 금액이 늘었다"면서 "이번 법인세율 인상에 따라 회사의 이연법인세부채도 이에 따라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이는 전략적으로 조정 가능한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역시 세금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3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메모리 업황 반등과 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이익 정상화에 성공했다. 매출은 21조331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초과 실적이 예상돼 법인세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연법인세 순액이 2조원대로 유지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완충 역할은 가능하다. 과거 적자 시기에 쌓아둔 이월결손금과 세액공제가 얼마나 빠르게 상계되느냐가 향후 세 부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이닉스는 글로벌 투자 확대와 미국 패키징 사업 진출 과정에서 현지 세액공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연세목 관리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자사주 소각 과세 압박도…“최대 5000억원 세부담 예상”
 
한편, 세법 개정과 맞물려 자사주 소각 과정에서의 과세 문제도 SK그룹의 법인세 부담을 더하고 있다. SK는 전체 발행주식의 25%를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이 중 15%는 과거 SK와 SK C&C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물량이다. 상법 개정으로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나 장기 보유 물량까지 소각 대상으로 포함될 경우 대규모 법인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자체는 일반적으로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합병·분할 등 특수거래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 시 ‘의제배당’으로 간주돼 법인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때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20~24%다. 지방세 포함 시 최대 26%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SK가 합병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법인세 부담이 50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SK그룹 경영진은 올 초 홍콩·싱가포르에서 진행한 투자자 설명회에서 경영진은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은 세금 부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감자에 따른 채권자 보호 절차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 세금 이슈에 직명하게 된다”면서 “합병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법인세 부담이 5000억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