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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7일 17: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NH농협은행이 해외 투자 성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지점을 늘리는 동시에 현지 기업과 국내 기업의 해외 영업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수익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투자까지 늘리고 있는데 높은 수익만큼 위험도도 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회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농협은행)
해외 익스포져 확대…글로벌 수익 다변화 속도
17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총 익스포져는 329조 855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323조 9888억원 대비 5조 8667억원 증가했다. 익스포져란 특정 위험에 노출된 금액을 뜻한다. 대출금, 한도 약정, 집합투자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은행의 경우 여신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해외 익스포져가 빠르게 확대됐다. 상반기 농협은행의 국내 익스포져를 제외한 국외익스포저는 2조 4945억원이다. 전년 동기 2조 67억원 대비 4878억원, 24% 확대됐다. 올 상반기만 해도 3161억원을 추가로 늘렸다. 이는 해외 영업과 투자, 대출 규모 확대를 의미한다.
익스포져가 확대된 국가도 다양하다. 캐나다, 독일, 미국 등의 국가에서 익스포져를 확대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55억원에서 올해 566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까지 전무했던 중국과 프랑스에서도 신규 투자와 영업 성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글로벌 수익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지점에서 영업하는 기업 금융과 더불어, 투자 금융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부문 당기손익 1000억원을 조기 달성을 목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글로벌 그룹 투자은행(GIB)부문도 강화할 계획이다.
뉴욕에 이어 홍콩에 IB데스크를 설치하고, 유럽 첫 거점인 런던지점 개점도 추진한다. 런던지점을 통해 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한국계뿐 아니라 현지 기업까지 영업 대상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 지분 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나선다.
위험가중자산, 익스포져 웃돌며 리스크 부각
글로벌 수익 확대를 위해 농협은행은 비교적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북미권에서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익스포져를 넘어선 점이 눈에 띈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 자산에 위험 정도에 따른 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총액으로, 가중치가 높을수록 부실 위험이 크다. 상반기 농협은행의 국내 익스포져는 327조3610억원, 위험가중자산은 111조1702억원으로 익스포져 대비 낮은 수준이다. 호주, 중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도 마찬가지다.

반면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캐나다 익스포져가 566억원인데 위험가중자산은 736억원으로 170억원 더 많았다. 미국도 익스포져 1조3167억원, 위험가중자산 1조6085억원으로 2918억원 초과했다. 5대 은행 가운데서는 농협은행과 국민은행만 북미권에서 이런 구조가 나타났다.
이는 북미 지역 자산에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PF 등이 다수 포함된 탓이다. 집합투자의 경우 가중치가 더 높게 책정된다. 금융감독원 세칙에 따르면 주거용 또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이나 건축을 위한 토지 매입, 개발 각 단계에서 특수목적법인(SPC) 등에 제공되는 여신은 15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특히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부동산 소유주와 직접적인 대차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 때문에 채무불이행 발생 시 투자자가 변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발생한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상당수도 메자닌 대출에서 비롯됐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 이후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경기 회복이 더디고 자금 조달이 불확실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 단일 부동산 사업장 34조1000억원 중 7.59%인 2조5900억원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출의 성격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달리 적용되는데,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부동산 관련 투자와 대출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반영했다”라면서 “부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