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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17년 침묵 깬 태광…EB 논란 넘어 새로운 조달 창구 찾나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7일 18: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태광그룹이 애경산업(018250) (18,110원 ▲600원 +3.31%) 인수에 성공하며 1조5000억원 규모 신사업 투자 계획의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는 화장품을 시작으로 부동산, 신재생에너지, 블록체인 등 다양한 사업군 확장을 검토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티브로드 인수를 끝으로 사실상 중단됐던 굵직한 인수합병(M&A)이 17년 만에 재개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보수적인 재무 운용 덕분에 현금 가용성은 넉넉하지만, 이어질 신규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이미 금융당국과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태광그룹이 다른 조달 창구를 모색할지도 관심사다.
 

(사진=태광산업)
 
신사업 다각화 선언17년 만의 M&A 시계 재가동
 
17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산업(003240) (610,000원 ▼9,000원 -1.48%)은 오는 10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 화장품 △ 부동산 개발·임대업 및 투자회사(리츠) △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 원전, 태양력 등 신재생에너지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로 하면서 미래 사업 방향 윤곽을 드러냈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 12일 계열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컨소시엄은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연내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로 원료·제조·브랜드·판매까지 이어지는 K-뷰티 사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애경산업 인수전을 마무리한 태광그룹은 곧이어 계열사 흥국생명을 통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했고 흥국리츠운용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신사업 진출과 수익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광그룹의 본업은 섬유와 석유화학이지만 업황 부진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62억원에 달했다. 매출 감소와 원가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태광그룹이 신사업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태광산업 측은 <IB토마토>에 “부동산, 블록체인 등 사업 목적 추가는 특정 기업 인수를 구체적으로 겨냥했다기보다 그룹 내 금융 계열사가 향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원에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7월 발표한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로드맵에 따라 장기 전략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 상태 안정적이지만…투자 지속에 추가 자금 조달 불가피
 
재무 여건만 놓고 보면 태광그룹의 곳간은 넉넉하다. 상반기 기준 태광산업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039억원, 단기금융상품은 8182억원 등 유동자산만 2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말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대금 8038억원이 반영되면서 가용 유동성이 늘었다.
 
차입 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단기차입금은 824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장기차입금은 없는 사실상 무차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이 내년까지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적인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애경산업 인수대금(약 4000억원+α)에 이어 부동산·블록체인 등 신규 M&A를 연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유 현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그룹 또한 지난 7월 장래 사업 계획 발표 당시 “투자가용자금 부족을 예상해 외부자금조달 적극 모색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신사업 확장에 따른 추가 자금 조달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앞서 회사는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했으나,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반발이 이어졌고 주주가치 희석과 지배구조 불투명성 논란을 우려한 일부 사외이사와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겹치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회사는 다른 대안책을 찾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태광그룹은 기본 체력을 갖췄지만 대규모 M&A를 추진하려면 EB 발행이나 사모펀드 연계 투자를 고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출범한 사모펀드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T2 PE)의 역할도 주목된다. T2 PE는 태광산업 및 주요 계열사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시장에서는 T2 PE가 외부 자금을 유치해 그룹 차원의 투자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오너 사재 출연 통로가 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태광그룹은 그간 낮은 배당과 주주환원율로 시장 불신을 키워왔다”며 “M&A 과정에서 자금 조달을 어떻게 투명하게 구조화 하느냐가 시장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태광산업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교환사채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추진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당국과 시장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다각도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