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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 17: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S효성첨단소재(298050) (370,500원 ▼2,500원 -0.67%)가 급격히 늘어난 단기 차입금 상환 압박에 직면하면서 결국 회사채 발행을 통해 숨통을 트는 방식을 택했다. 상반기 기준 차입금이 1.6조원에 달하는 반면 보유 현금은 약 270억원에 불과해 자체 현금흐름만으로는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 대출에 의존한 자금 운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차환 압박이 반복되는 ‘돌려막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HS효성첨단소재)
800억 회사채 발행…만기 임박 차입금 상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HS효성첨단소재의 유동차입금은 1조584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68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기타금융자산도 104억원에 불과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079억원이었지만, 1.6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 부담을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자비용 부담도 재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자비용은 407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비용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이 현금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차입금 상환과 이자 지급으로 소진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금 여력은 더욱 빠듯해진다. 이로 인해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520억원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재무지표 악화도 뚜렷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30.1%에서 올해 상반기 265.4%로 상승했다. 총차입금 의존도 역시 54.1%에 달했다. 회사의 자금 구조가 차입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단기차입 비중이 높을수록 조달 환경 변화가 재무 리스크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사는 이 같은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 대출을 상환하고 만기를 장기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25년 10월 16일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HS효성첨단소재는 총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2년물 200억원, 3년물 400억원, 5년물 200억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조달 자금 전액을 기존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상환 대상은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아이엠뱅크, MUFG은행, 중국공상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한 한도자금대출 800억원이다. 이 대출의 만기는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에 불과하고 금리는 3.46~3.78% 수준이다. 만기가 짧은 차입 구조로 인해 자금을 수시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며, 이는 회사의 자금 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에 상환 대상이 된 한도자금대출은 기업이 일정 한도 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빌리고 갚을 수 있는 단기 운영자금 성격의 대출이다. 유동성이 충분할 때는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만기가 짧아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거나 상환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경영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HS효성첨단소재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해당 대출을 상환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2~5년 만기의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단기 유동성 압박을 줄이고 상환 일정을 분산해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단기 차입을 장기 조달로 전환하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부채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차입 구조 개선 쉽지 않아…투자 부담 여전
그러나 HS효성첨단소재의 차입 구조는 단기간 내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발표한 HS효성첨단소재 신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총차입금은 2020년 말 1조6110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9957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2조627억원까지 확대됐다. 차입 규모가 5년 새 꾸준히 증가해 온 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꾸준히 발생하고는 있지만, 잉여현금흐름이 크지 않아 차입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회사채 발행은 단기적으로 자금 운용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통해 만기 임박 대출을 상환하지만 차입금 규모는 여전히 1.5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근본적인 부채 축소나 현금흐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단기 차입에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HS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현금흐름은 탄소섬유 조기 신증설 투자로 인해 2023~2024년 대비 투자액이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탄소 투자 등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크게 개선될 예정"이라며 "차입금의 경우 본사 및 해외법인이 확보한 즉시 차입 가능 한도가 8000억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단기차입금 상환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