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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유통의 갈림길)①같은 위기 다른 해법…'PE vs 오너'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4일 17: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가 올해 2월 말 신용등급이 하향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도피성 회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16개 점포를 폐점하며, 대형마트 중 가장 많은 점포를 정리했다. 이는 경쟁력 있는 점포를 매각해 인수차입매수(LBO·레버리지 바이아웃) 자금 상환에 활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연말에도 추가로 15개 점포 폐점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상생'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IB토마토>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노동자가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업태에 비전과 판단이 갈렸다. 대형마트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단기적인 수익성을 중요시 하는 사모펀드(PE)는 기업의 가치가 아닌 투자자 이익을 우선시한 반면, 오너·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장기적 브랜드 가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팔고 애경은 지키는 이유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K홀딩스(006840) (16,980원 ▼80원 -0.47%)는 AK플라자를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AK플라자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사모 수익증권 '캡스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50호' 약 559좌를 AK홀딩스가 610억원에 사들이면서 유동성 확보를 도왔다. 
 
AK플라자는 업계 내 경쟁강도 심화로 인해 지난 2020년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953억원을 기록하며 자본금 2199억원 보다 낮았다. 이에 자본잠식률은 56.66%를 기록하며 지난 2023년 41.55% 대비 15.1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부채비율이 647.1%를 기록했다. 올해 2월 말 홈플러스의 부채비율(500.2%) 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홈플러스는 올해 2월 말 자본총계 1조4857억원을 기록하며 자본금 302억원 보다도 48배 많은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AK플라자는 지난 2019년 구로점을 폐점한 이후 단 한 곳도 폐점하지 않고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AK플라자는 현재 백화점 4개점과 인천공항, 홍대, 기흥, 세종, 성수, 광명, 금정 등 NSC 쇼핑몰 7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AK홀딩스 전체 연결 실적 4조4883억원에서 6.5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기여도는 높지 않지만, 부동산 자산 측면에서의 가치와 향후 백화점 업태 개선 기대감 등을 고려할 때 그룹 내 전략적 중요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애경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지배구조와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해 책임 경영을 시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통해 그룹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 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AK플라자의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다. 직매입 형태의 대형마트와 달리 임대업 형태의 백화점은 단순히 점포 수 감소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 저하로 입점 업체가 매장을 비울 경우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쟁사는 매장 늘리며 '기업가치 제고'
 
단순히 업태가 달라서만은 아니다. 동종업계인 롯데마트와 이마트(139480) (73,000원 ▼700원 -0.96%)도 홈플러스와 달리 최근 다시 매장 수를 늘리는 추세다. 오프라인 유통기업으로서 이커머스 확대에 대응하고 오프라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점포를 리뉴얼하고 매장 포맷을 변경하는 등 시설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무부담이 심화되면서 매장수를 줄여왔다. 이마트는 할인점 점포수가 지난 2020년 141개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133개점으로 약 8개점이 줄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1개점이 늘어난 수치다. 이마트의 매장이 줄어들기 시작했던 2021년부터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순차입금/EBITDA)은 5.9배로 늘었다. 이는 현재 벌고 있는 돈으로 순차입금을 갚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해당 지표가 4배 이상일 경우 부채 부담이 크다는 위험 신호로 읽힌다.
 
지난 2019년 순차입금/EBITDA가 6.7배에 달했던 롯데쇼핑은 125개점에 달했던 매장을 1년 만에 약 12개점을 폐점하며 2020년 113개점으로 줄였다. 이후 증감을 반복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112개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매장수에 변화가 크지 않았다. 순차입금/EBITDA는 올해 상반기 8.8배로 늘었지만 지난해 이후 매장을 2개점 늘리며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반면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매년 점진적으로 매장을 축소해 총 14개점을 줄였다. 특히 2019년까지 업계 내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을 보였던 순차입금/EBITDA는 홈플러스스토어즈와 홈플러스홀딩스를 차례로 합병하면서 10.6배로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해 11월에는 20.5배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2월 한국기업평가에서 평가한 신용등급은 A3-로, 단기적인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지만 변동성이 내제된 상태였다. 
 
홈플러스는 향후에도 점포 매각을 통해서 수익을 얻으려는 요량이다. 다만, 연말까지는 15개 점포의 폐점을 보류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인가 전 M&A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5개 점포가 줄어들 경우 매장수는 111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사모펀드식 경영을 이어오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라며 "홈플러스가 직원들과 상생을 하려고 했다면 갑작스러운 기업회생이 아니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