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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 17: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산업은 저성장 기조와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수익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시니어케어' 사업은 보험업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보험사는 보장성보험 판매와 자산운용 이익에 의존하는 데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일본·독일·프랑스·싱가포르를 직접 찾아 각국의 시니어케어 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보험시장이 참고할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국내 보험업계서는 시니어케어 중에서도 특히 '요양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결과다. 고령화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KB라이프를 비롯한 주요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있다. 이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광교빌리지 (사진=IB토마토)
KB라이프, 요양원부터 케어센터까지
경기도 광교. 도심 속 한복판에 자리한 7층짜리 'KB골든라이프 빌리지 광교점'은 한눈에도 여느 요양원과는 달랐다.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 옥상 정원, 재활치료실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대규모 시설이다. 정원은 180명, 현재 47명이 생활 중이며 대기자만 600명에 달한다. 지난 1월 온라인 사전 대기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접수가 몰렸다.
<IB토마토>가 만난 조아영 광교 빌리지 시설장은 "지난달 개원한 광교 빌리지는 경기도권으로 처음 진출한 사업장"이라며 "이를 교두보로 삼아 랜드마크처럼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원(빌리지), 노인복지주택(카운티), 주·야간 보호센터(케어센터) 등 세 가지 형태의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빌리지는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고령자나 치매·뇌졸중·만성질환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요양시설이다. 카운티는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고령자를 위한 실버타운으로, 종로 평창에 위치한다. 케어센터는 입주 없이 오전에 방문해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이용한 뒤 오후에 귀가하는 형태로, 빌리지 인근에 병설돼 있다. 이들 시설은 공통적으로 전문의 상담, 간호처치, 건강 모니터링 등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생활보조와 문화 프로그램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조 시설장은 "요양보호사가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간호사 케어 서비스도 야간까지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촉탁 제도에 따라 한 달에 두 명씩 의사가 다녀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양주사나 활력 검사, 소변 검사 등이 필요한 경우 가정간호사가 와서 진행한다"라고 전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광교빌리지 조아영 시설장 (사진=IB토마토)
보험사 주도의 요양시설은 공통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표방한다. 은평·서초·위례·광교 등 도심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입소 시설이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삶의 질 관리'로 시장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광교 빌리지를 비롯해 서초·위례·은평 빌리지는 모두 입소 대기 인원이 수천 명에 이른다. KB금융그룹이라는 신뢰도와 더불어 의료·생활·문화가 결합된 복합 서비스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KB라이프 관계자는 "보험사가 운영하면 충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입주자 중심의 질 높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면서 "생명보험 업종 특성을 반영한 생애주기 전반의 케어 서비스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삼성생명,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각 사)
삼성·신한·하나도 가세…보험사 요양사업 본격화
삼성생명은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통해 요양사업을 강화 중이다. 지난달 유상증자로 310억원을 출자하고, 노블카운티 부지와 건물을 4225억원 규모로 현물 출자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노블카운티는 요양시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를 두루 갖춘 복합 시니어타운이다. 본래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던 시설을 삼성생명이 직접 인수해 자회사에 이관하면서 사업 체계를 정비했다.
신한라이프도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분당에 데이케어센터를 운영 중이며, 내년 1월에는 하남에 프리미엄 요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이후 부산 해운대, 은평, 위례 등으로 확장을 검토 중이다. 하나생명 역시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설립해 경기도 고양에 요양시설 착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지·건물 규제 '걸림돌'…장기요양보험 상품 필요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은 대부분 금융그룹 산하 계열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토지와 건물 확보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자본 부담 때문이다. 노인복지법에서는 장기요양시설 설치에 대해 10인 이상의 경우 설치자가 토지·건물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높은 장벽 탓에 중소형 보험사는 진출 자체가 쉽지 않다. 토지와 건물 소유권에 대해 임차 운영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임차를 허용하게 되면 요양시설의 존립 안정성이 훼손되고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제도 완화와 함께 임차 조건 등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요양시설은 고령자에게 사실상 집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주거의 안정성 측면에서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도록 한 것이 제도의 취지"라면서 "다만 고령자가 워낙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서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차를 허용하더라도 조건부로 할 필요가 있는데, 제도 완화와 함께 추가 가이드라인이 부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라며 "시설과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 건물주와 임차 계약 기간에 대한 규제 등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시설 이용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요양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연계 상품 개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요양시설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보험상품은 거의 없다. 보험사들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치매보험이나 간병보험 정도에 머무는 실정이다.
고령자가 요양원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이 필요한데, 이에 기반해 공단 지원을 받더라도 본인부담금이 추가로 들어간다. 공·사 혼합의 보장 체계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보완적 성격의 장기요양보험 상품이 필요하다.
하나금융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프리미엄 요양시설 입소비용을 본인의 금융자산으로 충당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관련 금융상품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입소 의향자의 치매·간병보험 및 치매신탁 가입률은 13.4%에 불과했다.
이재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새로운 시니어케어 시설 수요에 대한 대응과 요양비용 확보를 위해 금융상품 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상품과 요양 서비스 연계를 통한 종합적인 은퇴 솔루션 제공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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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