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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7일 16: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신사업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인공지능(AI)·가상자산·2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를 앞세워 성장 스토리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정관 변경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단기적인 주가 부양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업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신사업이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신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의 방향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며 사업목적을 더하거나 갈아끼우지만 정작 실효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사업은 업종 상관없이 가상자산이나 인공지능(AI) 관련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신사업을 통해 성장 궤도에 오른 회사가 있기도 하지만 사업 진행은 되지 않은채 재무 악화 늪에 빠지고 법적 리스크까지 발생한 기업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신사업을 예고한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노리는 경우가 잦다며 실제 운영 여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신사업 예고 후 실적 전무 '다수'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2024년 6월 AI·가상화폐 등 주요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는 총 131사에 달한다. 이 중 코스닥이 107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코스피는 24사 정도다. 테마업종 추가 개수별 회사 수는 1개 96사, 2개 25사, 3개 10사다. 기존 사업과 무관하게 유행 테마에 따라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한 회사는 각각 56사, 41사로 가장 많았다. 신규 사업목적은 인공지능(28사), 로봇(21사), 가상화폐·대체불가능토큰(19사), 메타버스(9사), 코로나 관련(2사)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2023년 정관에 AI·가상화폐 등 주요 신사업을 추가한 86개 상장사 대상으로 신사업 실태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사업 실적이 전무한 회사는 27개(31%)로 나타났다. 86개 회사 중 신사업을 통해 매출까지 발생한 회사는 16개(19%)에 불과했다.
사업 실적이 전무한 27개사 중 대부분은 재무·경영상 문제점이 있었다. 이 중 13개사는 3년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고, 7개사는 자본잠식을 겪었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수시로 바뀐 기업은 13곳, 횡령·배임이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9곳이었다. 공시 지연 등으로 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도 11곳에 달했다.
최근에는 적잖은 코스닥 기업들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고 있다. 제조업을 주로 영위하던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지난 8월 블록체인 신사업 진출을 예고하고 사명을 바꿨다. 헬스케어 사업을 주 영위하던 코스닥 상장사 B사도 8월 가상자산 업종을 정관에 추가하는 안을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여러 바이오 기업, 게임 개발 기업 등이 블록체인 신사업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투자관계단체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일부 코스닥 기업들은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하고 신사업 공시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사업 공시, 주가 상승 노림수 가능성도
회사가 시장에서 매력도가 높은 신사업을 예고하는 것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의약품 유통·판매업을 주로 영위하던 코스닥 C사는 8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시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신사업을 예고한 주주총회 공시 이후 C사 주가는 3거래일 만에 38% 올랐다. 게임 개발업을 주 영위하던 코스닥 D사도 8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중개업, 가상화폐 투자업, 토큰 발행 및 토큰증권(STO) 관련 사업 등을 추가하면서 신사업 예고 당시 주가가 일주일 만에 193% 폭등한 바 있다. C,D 회사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폭락 후 현재 200~300원대의 주가를 기록 중이다.
이에 상장사들이 예고한 신사업이 실제 추진 중인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본업에 집중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신사업 공시를 통한 주가 상승을 노리는 기업들의 경우, 기업의 재무 상황 악화와 함께 법적 리스크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가상화폐 투자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상장사들의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I·블록체인 사업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유망 산업이라는 부분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회사가 테마주 편승을 노리고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큰 접점없는 신사업을 벌이는 행위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사가 본래 영위하던 사업과 큰 접점없는 신사업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경우 회사의 재무상태에 악영항을 미칠 수 있다"라며 "최악의 경우 회사가 사업 운영에 집중하지 않고 횡령·배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사업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유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사업운영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