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7일 17: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진=SK실트론)
SK, 매각 속도 조절…반도체 사업 재편에 기업가치 재평가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추진하던 SK실트론 매각을 잠시 뒤로 미루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에 SK실트론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의뢰하는 등 반도체 부문 내에서
SK하이닉스(000660) (131,200원 ▲200원 +0.15%)와 SK실트론을 활용한 중장기 전략 구상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의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지난 2017년 SK가
LG(003550) (83,400원 ▼1,500원 -1.80%)로부터 인수한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 중 하나다.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980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17.8% 감소한 916억원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업황 반등에 힘입어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곳으로 꼽힌다.
현재 SK실트론의 지분 구조는 지주사인 SK가 51%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49%는 SK와 최태원 회장이 증권사들과 체결한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SK는 그룹 리밸런싱 과정에서 현금 확보를 위해 SK실트론 매각을 적극 검토했지만, 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으로 재무 여력이 개선되고 최 회장의 이혼 소송이 일단락되면서 급히 현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사라지며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최근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전략 방향을 제시하면서 SK실트론이 매각 대상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3일 ‘SK AI 서밋’에서 “메모리 생산 능력 향상은 인수합병(M&A)으로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내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에서 SK가 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사실상 매각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화됐고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그룹으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 알짜 자산인 SK실트론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급해진 두산, 반도체 퍼즐 완성 시기 놓칠까…“여전히 검토 중”
이러한 SK 움직임에 초조한 건 두산이다. 두산은
두산테스나(131970) (58,000원 ▲2,000원 +3.45%)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키우고 있다. 지주사인 두산 전자BG사업부를 중심으로 기판소재(CCL·동박적층판) 사업을 확장하면서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이 더해질 경우 전공정부터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 완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지난 4월부터 SK실트론 인수 검토에 착수해 협상 테이블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매각 주관사 선정조차 진행되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EV)는 4조원대 후반 수준이다. 차입금 약 3조원을 제외하면 지분가치는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두산 내부에서는 인수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오히려 SK의 매각 의지가 약화된 만큼 단기간 내 가시적 진전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K가 기업가치 재산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협상 시기가 열려 있더라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두산 측은 <IB토마토>에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논의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