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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리더십 교체기)②'소방수' 강성묵, 연임 굳히기…지주행도 시야에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7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위 10대 증권사 가운데 7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최근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호황과 발행어음 신규 인가 등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리더십 교체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사의 핵심 이슈와 경영 성과를 짚어보고, 다가올 리더십 변화의 흐름과 방향을 전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강성묵 대표가 취임한 2023년은 하나증권의 위기였다. 당시 하나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손실로 대규모 적자와 더불어 건전성마저 악화됐다. 강 대표의 첫 임무는 실적 개선이나 신사업이 아닌 체질 개선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나증권은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 대표 연임은 무난하다고 평가되지만, 금융지주로의 영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발행어음 인가에 전사 역량 결집, 모험자본 투자 강점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금융위원회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심사와 현장 실사를 마쳤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하나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심의를 진행 중으로 이달 내 발행어음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7월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전사 차원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고 소싱·운용·판매·내부통제 전 부문에 대한 계획안 작성에 돌입했다. 내부통제 계획 수립 및 발행어음 상품 운영에 대한 계획안 작성을 진행했고 당국이 추진하는 모험자본 투자 계획을 정립했다.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은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모험자본 투자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증권의 모험자본 투자 잔액은 1조420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6조527억원의 17.19%에 달하는 수치다. 하나증권은 기존 모험자본 잔액에 더해 추가적인 모험자본 투자를 이뤄 당국이 정한 투자 비율 기준인 25%를 목표 연도인 2028년 이전에 조기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 진출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는 이유는 한계에 달한 사업구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저금리 시기 부동산금융을 통한 사세 확대를 이뤘다. 하지만 고금리 시기 부동산 관련 자산의 부실화와 당국의 규제안 강화로 부동산금융 확대는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성묵 대표의 취임 이후 채권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비롯한 전통IB의 확대가 추진됐다. 자금조달 시장 확대로 전통IB의 중요도가 커지는 한편 금융지주의 지원을 받는다면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IB토마토>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DCM부문에서 2023년과 2024년 10위권에 안착하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수익성 개선은 더뎠다. 하나증권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2024년이다. 한정적인 전통IB 시장에서 수익 확대가 한계가 있는 한편, 부동산금융의 빈자리를 메꾸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행어음 인가는 강성묵 대표 임기 내 최대 화두가 됐다.
 
하나증권 체질 개선 위해 '대수술' 
 
강성묵 대표가 처음 하나증권의 대표로 선임되었을 때 하나증권은 위기 상황이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로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하나증권은 생존을 위한 충당금 적립을 이뤄야 했다. 자연히 주요 사업인 부동산금융이 막힌 상황에서 충당금 적립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사진=하나증권)
 
이에 강성묵 대표 첫 임무는 하나증권의 체질 개선이었다. 강 대표는 제일 먼저 회사 규모에 비해서 비대해진 부동산금융 조직을 축소하는 한편 전통IB를 확대하며 사업 구조를 개선했다. 
 
강 대표는 1993년 하나은행 입행 이후 영업 업무를 주로 맡아온 영업통으로 평가된다. 취임 이후 전통IB로 방향성을 제시한 이유도 하나증권이 가진 역량을 IB로 풀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로서 가지는 관료적인 문화 개선에도 힘을 줬다. 올해 초 인사에선 성과주의를 강화하며 디지털마케팅실과 채권상품실 등 하나증권 핵심 부서에 여성 임원을 배치했고 IB부문에선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 출신 정영균 부사장을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타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영업통으로서 발행기업 간 파트너십 구축에도 성공했다. 하나증권은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정밀(036560)의 공개매수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지난 10월 고려아연의 회사채 발행에서 대표 주관을 맡았고 향후 고려아연 관련 딜에선 주요 파트너 증권사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연임 '청신호', 하나금융지주로 영전 가능성도
 
강 대표 취임 이후 실적 개선과 사업 구조 개편 성공을 따지면 연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후 하나증권의 사업 방향성을 따져본다면, 하나금융지주로의 영전 가능성 나온다. 
 
실제로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도 하나증권(당시 하나금융투자) 대표를 거쳐 그룹 글로벌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전 대표의 선행매매 혐의로 회사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수장으로 선임됐다.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이 부회장은 임기 중 베트남 증권사 BIDV 증권(BIDV Securities)을 인수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한편 모그룹의 1조원대 유상증자를 이끌어내 현재 발행어음 인가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무난한 연임이 관측이 됐으나 그룹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결과적으로 강 대표의 연임은 하나금융지주의 사업 방향성에 달렸다는 평가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부문 확대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 진행 중이다. 한편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발행어음 인가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강 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실적 성과로 따지자면 강 대표 연임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면서도 "다만 발행어음 인가와 하나금융그룹이 구상하는 비은행권 계열사 운영 방향에 따라 거취가 정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