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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가상자산, 육성·규제 '엇박자'…VC "제도부터 개편"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7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벤처투자 업계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핵심 분야로 부상했지만 국내 제도는 ‘이용자 보호 중심’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혁신기업 투자를 위해 투자 규정 정비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갈 길 먼 가상자산 직접 투자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의 '가상통화 긴급 대책'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지분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대부분 국내 벤처캐피탈은 정부의 정책자금인 모태펀드 출자를 받기 때문에 모태펀드 운용 지침상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중소기업창업 지원법' 등에 근거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이 법령들은 벤처캐피탈의 투자 대상을 벤처기업의 지분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적으로 명확한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을 직접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부터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문투자사와 일부 상장사 3500여 개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후속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금융위원회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로드맵도 발표했다. 다만 이 로드맵은 단기적 완화가 아니라 보수적 접근을 전제로 한 중장기 과제에 가깝다는 평가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 시점에서 비영리 기관 위주로 가상자산 매매가 시범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고, 벤처캐피탈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상자산 관련 규제 개선 움직임이 있지만 완전히 해결이 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나가는 미국…"가상자산 산업 종속 우려"
 
해외는 앞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특히 올해 7월 발효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일명 ‘지니어스법’)은 발행 요건·준비금·감독체계를 연방법 수준에서 정비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국제 금융 인프라화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업계가 한국이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 법안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지침을 제공했다. 과거 증권거래위원회의 강제적 법 집행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혁신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도모하는 뼈대 구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간의 관할권을 명확히 나누어 규제 비효율성을 줄이고 규제 당국의 감독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적 기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시도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디지털자산 정의 체계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현물 ETF 기반 마련 등이 포함됐다. 중기부도 금융당국 자산 자산 산업 육성 정책 방향에 맞춰 투명하고 책임 있는 생태계를 확립하고 모험자본 유입과 신산업 발굴 육성을 촉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VC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디지털자산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사례가 없고, 법인 가상자산 보유 규제가 엄격해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육성을 말하면서 투자와 엑시트(회수)는 묶어두고 있다"라며 "벤처캐피탈이 직접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프로젝트 토큰에 투자할 수 없는 구조라 산업 성장은 결과적으로 해외 시장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