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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8일 17: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위 10대 증권사 가운데 7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최근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호황과 발행어음 신규 인가 등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리더십 교체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사의 핵심 이슈와 경영 성과를 짚어보고, 다가올 리더십 변화의 흐름과 방향을 전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2025년 증권업계 리더들에게 던져진 화두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빅테크 기업의 공습으로 기존 수수료 중심 수익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고, 금리 인하기와 맞물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회사 체질을 바꿀 '게임 체인저'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이버-두나무' 합병에 무너지는 업권 장벽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양사는 합병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두나무)
이번 합병은 그간 증권업계가 주시해온 대형 기술기업의 투자중개업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토스증권이 토스 플랫폼을 무기로 시장 안착에 성공한 데 이어, 더 거대한 '공룡 플랫폼' 등장은 기존 증권사들에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비금융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재계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는 투자중개업이 이제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증권사 사업구조 개편 압박으로 직결된다. 특히 리테일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85.8%에 달한다. 빅테크의 진입으로 수수료 경쟁이 격화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통한 초대형IB 진출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이상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투사' 완수하고 떠난 대신맨…새 리더 조건은 '신사업'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1987년 입사해 한 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은 자타공인 '대신맨'이다. 경영지원본부 인사부장을 비롯해 기획본부 재무관리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대신저축은행 대표이사, IB 총괄 등 지원부서부터 IB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 경력을 갖춘 그는 오너 일가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그는 재임 기간 회사를 종투사 요건을 갖춘 대형사 반열에 올려놓으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는 종투사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룬 직후인 지난 11일 용퇴를 결정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사진=대신증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신사업 진출의 연장선으로 본다. 오 대표의 후임으로 내정된 진승욱 기획지원총괄 전무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신사업에 참여했고 대신에프앤아이 출범 당시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대신증권 복귀 후엔 라오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해외사업 진출을 주도하며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박성준 IB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발행어음 인가와 글로벌 비즈니스 등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낸다는 회사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흐름 읽고 체질 개선할 '리더십' 나올까
시장은 이제 '제2의 정영채', '제2의 김성환'에 주목한다. 이들은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고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회사를 퀀텀 점프시킨 리더로 꼽힌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왼쪽)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각 사)
정 전 대표는 취임 이후 발행어음을 적극적으로 IB 확대에 활용했다. 2018년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발행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했고 당시 주식자본시장(ECM) 시장점유율 29.9%, 채권자본시장(DCM)은 24.6%를 달성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행보도 유사하다. 김 대표의 경우 지난해 취임 당시 부동산금융을 대신할 먹거리 찾는 게 주요 과제로 주어졌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대표를 맡을 당시 한국투자증권 최대 화두는 부동산금융 탈피였다.
김 대표가 부동산금융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한 곳은 채권운용이다. 김 대표 취임 이후 한미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한편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채권 발행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 예상은 적중했고 당해 한국투자증권은 운용 수익에서만 전년 대비 82% 증가한 723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의 금융 진출과 금리 변동성 확대 등 최근 경영 환경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불확실성을 내포했다고 평가한다. 새로 교체되는 리더십 역시 단순히 조직 관리를 넘어, 변화된 환경에 맞춰 수익 구조를 개편하고 신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 덕목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성장을 내심 부러워하지만 회사별로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 있다”라며 “신규 발행어음 증권사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