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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오르비텍, 손자회사 돈으로 '급한 불'…계열사 간 '꽃놀이패' 설계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2일 16: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국내 원전 솔루션 기업 오르비텍(046120) (3,285원 ▼75원 -2.28%)이 손자회사인 파인엠텍(441270) (8,190원 ▼190원 -2.32%)으로부터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제로금리에 콜옵션(매도청구권)·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까지 조건이 후하게 붙었다. 주가가 하락해도 콜옵션·풋옵션·리픽싱(전환가액조정) 등을 활용해 손실을 완충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거래가 단순 투자를 넘어 그룹사 차원의 전략적 자금 지원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오르비텍이 최근 공격적인 M&A로 현금 유동성이 빡빡해진 상황에서, 계열사를 활용해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오르비텍)
 
오르비텍-파인엠텍, 리스크 낮추고 지배력은 방어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르비텍은 지난 18일 30억원 규모의 1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이자율은 표면금리 0%, 만기금리 0% 조건이다. 전환가액은 4179원으로 19일 오르비텍 종가(4160원) 대비 0.5% 높은 수준이다. 전환가액은 리픽싱(전환가액조정)에 따라 2926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CB 발행 목적은 타법인 증권 취득이다. 구체적인 투자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11회차 CB 발행 구조는 투자자인 파인엠텍과 발행사 오르비텍 모두에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르비텍은 파인테크닉스의 모회사이며, 파인엠텍은 파인테크닉스에서 인적분할된 기업이다. 사실상 오르비텍의 지배력 아래 있는 파인엠텍이 30억원의 유동성을 상위 지배기업에 공급하는 구조다.
 
오르비텍은 이번 CB에 대해 30%의 콜옵션을 보유한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분가치 상승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주가가 떨어져도 문제 없다. 오르비텍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파인엠텍은 1년 뒤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오르비텍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 없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파인엠텍은 관계사 지원과 동시에 향후 주가 상승 시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CB 대용납입과 자기사채 매각 이유 
 
이번 자금 조달은 오르비텍의 현금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르비텍은 지난달 CB를 대용 납입하는 방식으로 파인엠텍의 모회사인 파인테크닉스(106240) (1,746원 ▼7원 -0.40%)를 2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현금이 아닌 CB를 이용한 것만 봐도 곳간이 넉넉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9월 말 기준 오르비텍의 현금성자산은 86억원으로 인수대금(250억원)을 충당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같은 시점 오르비텍의 결손금은 159억원이다. 
 
정작 문제는 인수는 CB로 해결했으나, 당장 회사를 운영할 현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르비텍이 보유 중이던 7회차 자기사채(권면 102억원)를 최근 재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수자는 ▲한국컨텐츠에쿼티1호조합(권면 40억원어치 인수) ▲혁신에이아이투자조합(32억원) ▲더블유에이치에너지조합(30억원) 등이다. 오르비텍은 이 사채를 매각해 약 112억원을 확보했는데, 계약금은 지난 10월 수령했고 잔금 106억원은 새해 1월 들어올 예정이다.
 
결국 오르비텍은 ▲파인테크닉스 인수(10회차 CB 발행) ▲운영 자금 확보(11회차 CB 발행 및 7회차 자기사채 매각)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주식 연계 채권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10회차, 11회차 CB에 더해 소각되지 않고 시장에 다시 풀린 7회차 CB까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르비텍의 자금조달 방식이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아니면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오버행 이슈로 남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르비텍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구체적인 투자처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CB 발행 구조 관련해선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파인엠텍 관계자도 <IB토마토>에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르비텍은 1991년 설립된 원전 솔루션 제공기업이다. 사업부문은 원자력사업(원자력 발전소 및 원자력 관련 시설의 방사선 관리, 방사선폐기물 규제 해제, 방사선 계측 및 관련제품 등), 가동중검사 사업(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전/중 검사, 비파괴기술검사 등), 항공사업(항공기 B737의 꼬리동체 구조물 항공기 격벽 조립체, B737·B747·B767·B777·B787용 정밀부품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