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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건설사 동양주택개발과 그 특수관계인 이지종합개발이
DI동일(001530)(이하 디아이동일) 지분 5%를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아이동일은 주가 폭락 사태 후 경영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현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공고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금력을 갖춘 새로운 주주의 등장은 향후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동양주택개발은 주주권 행사를 위한 지분 요건은 갖췄고, 기간 요건만 채우면 된다. 이에 동양주택개발의 디아이동일 지분 매입은 과거 호반그룹의
LS(006260) (83,400원 ▼2,900원 -3.48%) 지분 투자 사례와 유사한 면이 있다는 평가다.
(사진=디아이동일)
새로운 주요 주주 등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주택개발과 이지종합개발이 보유한 디아이동일 지분율은 5.47%(동양주택 3.05%, 이지개발 2.42%)로 주요 주주로 간주된다. 두 회사는 지난 9월23일부터 11월25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총 107만9914주(동양주택 60만2676주, 이지개발 47만7238주)의 지분을 취득해 처음으로 디아이동일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동양주택개발 측의 지분 매수는 지난 9월 디아이동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동양주택개발의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 시세 차익을 추구하기 위한 투자라는 의견과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차이의 배경에는 디아이동일의 지배구조가 있다. 디아이동일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일가의 낮은 지분율, 낮은 시가총액 등이 특징이다. 자금력을 앞세운 외부 주주가 들어올 경우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새로운 5% 주주가 등장하면서 향후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현 상황만 보면 디아이동일의 경영권 분쟁은 점차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을 흔들 수 있는 외부 재력가 자본이 주가 조작 혐의에 따라 동결 조치됐기 때문이다. 당시 재력가 세력이 확보한 지분율은 최소 10%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경영권 안정화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던 기관 투자자들도 디아이동일을 떠났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 의결권은 주주총회 시 사안에 따라 경영권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사안에 따라 이들의 의결권은 최대주주 측에 힘이 되기도 했다. 지난 10월부터 이번 달 18일까지 기관 투자자가 처분한 디아이동일 주식 순매도량은 29만7906주에 달했다. 이는 올해 1~8월 기관 투자자 순매수량(37만4845주)의 80%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가 매도한 디아이동일 지분은 기타법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균형자 역할을 하던 주주가 떠나감으로써 경영권 안정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가 된 상황이다.
동양주택개발 측의 자본력은 우수한 수준이다. 동양주택개발의 모회사 동양건설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번 3분기 동양건설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859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19일 디아이동일 시가총액(3966억원)에 맞먹는다. 동양건설산업의 모회사 동양이노텍까지 포함할 경우 보유 유동성은 6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필요하다면 동양주택개발 측이 지분을 추가 확보할 여지는 있는 것이다. 11월25일 동양주택개발 측의 지분율이 5%를 넘어선 날 다음 날부터 지난 19일까지 기타법인의 디아이동일 지분 순매수량은 15만1046주(지분율 0.8% 수준)이다. 첫 5% 지분 공시일 후 지분 매입 속도가 느려졌지만, 꾸준히 매입은 이뤄지는 모습이다.
동양건설 그룹사의 최근 행보도 외부 투자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동양건설산업은 건설 산업의 부진을 돌파할 카드로 다양한 외부 지분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양건설산업은 그룹사 라인산업과 벤처 투자에 출자하는 등 건설 산업 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다만, 아직 과거 유사사례처럼 표면적인 분쟁 시그널 등은 없다.
새 주요 주주 이익 확보 가능성
동양주택개발 측이 디아이동일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손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호반그룹의 LS 지분 투자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지분 투자 회사의 탄탄한 자금력과 피투자 회사 오너일가의 절대적 지배력이 공고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반 그룹은 지난 3월 LS 지분 3% 이상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호반그룹과 LS그룹 사이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11월까지 LS 주가가 상승했고, 호반그룹은 LS 지분을 전량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당시 거둔 호반그룹의 LS 지분 투자 수익률도 단순 계산 시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호반그룹은 LS 지분 투자에 나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일관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과거 호반그룹의 사례에서 봤듯이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취득은 그 취득 사실만으로도 잠재적인 주가 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정 주주가 상장사 지분 3%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 시 지분 확보한다면 소수주주권 등 법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소수주주권에는 회계장부열람권 등 정보청구권과 주주제안권, 임시주주총회소집청구권 등 정책실현권 등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경영권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리다. 단순 투자라도 법적으로 부여된 주주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향후 동양주택개발의 지분 매입 양상에 따라 향후 지분 매입 배경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기타 법인의 지분 순매수량은 투자 주체 중 가장 많은 양을 기록하는 등 지분 매입은 꾸준히 이뤄지는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동양주택개발이 디아이동일의 부동산 자산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을 보고 지분 매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디아이동일이 보유한 수도권 주요 지역 내 부동산 자산이 그 근거다. 디아이동일과 동양주택개발이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5% 가량 지분 취득만두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은 갖췄다는 점에서 향후 현 최대주주 측과 관계 변화 가능성은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