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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희망퇴직 동상이몽)③희망퇴직의 역설…떠나도 남아도 힘들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30일 14: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은행권은 어김없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막대한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면서도 이미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비대면 거래 확대, 인사 적체 해소, 인건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정작 실적은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왜 희망퇴직을 반복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은행권 희망퇴직의 현황과 경제적 손익, 그리고 노사 간의 입장 차이를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연례행사가 되면서 구조적 문제도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희망퇴직 인원과 신입 채용 인원 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다, 지점당 업무 할당량은 늘어나는 탓이다. 특히 시기 어린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나가도 할 일이 마땅찮아 기회가 된다면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직원도 다수다.
 
(사진=각 사(
 
희망퇴직이 신입 채용 보다 많아
 
30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희망퇴직 단행 규모는 1880명이다. 같은 기간 공채 인원과는 약 800명 차이다. 은행권 전체 임직원 수가 감소하는 이유다. 희망퇴직 등을 통해 나가는 인원은 많지만 신입 채용은 점차 줄이는 추세기 때문이다.
 
특히 지점이 줄면서 감당해야 하는 업무가 몰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지점 수 합계는 2262개다. 지난해 말 2421개와는 100개 차이가 넘는다. 
 
지점 수와 업무량은 반비례한다. 지점이 통폐합되면서 관리해야 하는 지역이 넓어진 탓이다. 특히 디지털화로 인한 고객 편의 개선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개점을 유지하는 점포도 늘리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화로 신입 직원은 채용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되레 업무가 늘어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지점은 인원이 항상 부족하다”라면서 “매년 뽑는 신입이 줄어들고 있어 업무 강도는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본점도 신입직원 채용은 줄였지만 지난해 지점뿐만 아니라 은행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4대 시중은행에서 조직개편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각 부서별로 1명씩 예외 없이 지점에 직원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다만 본점은 직원을 줄이고 영업 현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으나, "인력 부족은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대별 희망 퇴직 입장 갈려
 
다만 은행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는 극명하다. 매년 희망퇴직이 단행될 때마다 귀족 퇴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거액의 희망퇴직 위로금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기본 연봉이 학자금을 선지급하는 등의 조건을 얹는다.
 
지난해 각 사의 퇴직소득 상세 내역을 살펴봐도 기본퇴직금 1억원 내외, 특별퇴직금은 3억원 내외를 지급했다. 각 사의 지난해 1인당 평균 퇴직소득은 국민은행 3억7554만원, 신한은행 3억9194만원, 우리은행 4억2930만원, 하나은행 5억787만원이다. 특히 이 중 하나은행의 경우 특별퇴직금 규모만 1인 평균 3억5522만원에 달했다.  
 
각각 희망퇴직금 1인당 평균 지급개월수는 우리은행이 30개월로 가장 길었으며, 하나은행이 28개월, 국민은행 25.9개월, 신한은행 25개월로 나타났다. 다만 최대치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어 신한은행이 최대 36개월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은행이 비교적 고액의 희망퇴직금을 받는 것은 평균 임금 차 때문이다. 은행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 내외로, 이를 기준으로 퇴직금 등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액의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음에도 은행 내부에서는 희망퇴직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하다.
 
임금피크제 탓이다. 임금피크제 연령에 도달한 뒤에도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킬 경우 대부분 희망 퇴직 시 수령 가능한 금액 대비 적은 임금 총액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받아야 한다. 희망퇴직을 원해서 신청하기보다는 떠밀려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의미다. 
 
임금피크제 이후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후배들의 승진에 밀려나 뒷전이 돼 소위 월급 루팡 취급을 받기도 한다. 임금피크제는 말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이 최고치를 찍고 내려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열정 등이 이전만 못하다는 후배 직원들의 평도 다수다.
 
특히 젊은 세대의 직원들은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은행업권 특성상 일부 업권을 제외하면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도 벽으로 다가온다. 은행 퇴사 후 특별히 할 일을 찾아놓지 않는다면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정년연장이 논의된다면 희망퇴직 신청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사실상 후배들에게 밀려나면서 그만두는 모양새지만, 연장될 경우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버티는게 최선 아니겠나"라면서 "입사 5~10년 차들은 대부분 같은 의견으로, 나가도 이직이 힘들어 은행 안이 온실이라는 말도 우스갯소리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