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IB토마토](IB&피플)장영은 법무법인 지평 수석위원
이 기사는 2026년 01월 1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상장폐지 요건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시가총액 및 매출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는 단계적으로 상장 시장에서 자리를 비워야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는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상장사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도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거버넌스) 체제 구축에 공을 들여야 상장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당수 기업이 달라진 상장 환경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제도 개선에 따른 대응 비용을 단순한 부담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버넌스와 펀더멘털이 근본적으로 강화될 경우 단기적 비용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허들 상향은 위기가 아니라 국내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IB토마토>는 상장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장영은 법무법인 지평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상장폐지 제도 개선이 국내 기업에 던지는 의미를 짚어봤다.
  
(사진=법무법인 지평)
 
다음은 장 수석전문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소개를 부탁한다.
△법무법인 지평에서 상장 예정기업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본시장 자문 업무를 한다. 지평 합류 전 한국거래소(KRX)에서 약 16년간 근무하며 상장, 공시, 상장폐지까지 상장사의 전 생애 주기를 현장에서 직접 다뤘다. 규제자의 입장과 회계사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금은 상장 준비기업에는 성공적 IPO, 상장사는 상장 유지 전략, 상폐 위기 기업에는 회생 해법 등을 제시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른 시장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지금까지 나온 시장 건전화 방안 중 이번 방안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 본다.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를 크게 위축시키며 전체 시장이 건전한 방향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차례 상장폐지 강화 방안이 나왔지만, 시장 개선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며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상장폐지 대상 범위를 넓혀 시장 활성화 쪽에 무게를 둔 조치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구제 기회를 넓히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구제 기회는 기업의 개선 의지와 회생 가능성이 증명된 경우에만 부여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폐 요건을 넓혀 회생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을 조기퇴출 시킨다면 시장 전체의 신뢰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개별 상장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도 이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상폐 요건 변화로 재상장, 장외거래 등 사후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한 전망과 활성화 대책의 실효성은 어떻게 보는가?
△현행 상장 규정은 상장폐지 후 재상장에 대한 실질적 혜택이 크지 않다. 퇴출기업은 신규 상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재도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올해부터 K-OTC에서 상장폐지된 기업 거래를 6개월간 지원하는 사후관리시장이 생긴다. 물론 K-OTC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기업은 어느정도 재무적 신뢰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곳으로 한정된다. 
한편, K-OTC 시장은 정책적 목적으로 도입된 시장이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1대1로 거래하는 구조라, 향후 실제 활성화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폐 기준 강화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사후관리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시총 하위 기업의 퇴장이 예상된다. 상폐 사정권에 든 기업의 대응방안에 우선순위를 꼽자면?
△올해부터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요건은 시가총액 150억원, 내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하한선이 높아진다. 기준 미달 시 관리종목 지정 및 상폐 사유에 해당되며, 상장규정상 해당 상폐 사유는 구제절차가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전 대응 전략이 철저히 요구된다. 
단계적으로 요건을 상향하는 배경은 상장사에 대한 대응 준비 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기회를 펀더멘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익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합병과 영업양수를 통해 검증된 사업을 흡수하는 전략도 대안이 된다. 결국 근본적으로 펀더멘탈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정상적 평가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폐 절차도 단축됐다는 점이다. 이는 상폐 사유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 시간과 개선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에 미리 철저히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리하자면, 건전한 거버넌스 구축은 기본이고 매출이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실행방안에 나서야 한다. 감사의견 비적정사유 등 기업에 불리한 사안은 외부감사인과 감사범위 및 회계처리방안에 대해 상호 소통해 사전 대응이 일정 부분 가능하다. 아울러 주주와의 소통도 빠질 수 없는 과제다.
 
-상폐 기준 강화가 코스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한계기업이 많고, 경영 투명성이 코스피에 비해 낮은 코스닥 시장은 상폐 기준 강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스닥은 애초에 우량기업보다 혁신·벤처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시장이다. 두 시장의 DNA가 다르다는 사실을 우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폐 기준 강화가 오히려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코스닥의 롤모델인 미국 나스닥은 ‘다산다사’ 구조가 활성화돼 있다. 즉, 많이 상장하고 많이 퇴출되는 구조가 작동하는데, 하위 10% 기업이 꾸준히 교체되는 등 역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코스닥 역시 상장 정책 변화로 다산다사(많이 상장하고, 많이 퇴출되는 구조)식 정체성을 강화할 여지가 크다. 
코스피 쏠림 현상은 코스닥 IPO 적체 현상으로 인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코스피로 이동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다산다사식 시장 구조는 투자자가 IPO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른 혁신 기업에 재투자하는 등 자금 선순환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상폐 기준 강화는 코스닥 시장이 레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한계기업이 정리되면 코스닥 상장사의 평가도 정상화가 기대된다.
 
-코스닥 시장 신뢰도 제고를 위해 병행돼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여러 방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코스닥 혁신 제고 방안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등으로 투자 기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BDC에 대해 운용 자금의 과반 이상을 코스닥 상장사, 벤처 조합 등에 투자할 의무가 논의되면서 코스닥 투자 확대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면 코스닥 상장사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되기에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법무법인 지평)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최근 상폐 기준 강화 방안은 매출 요건을 3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대신 시총 600억원 이상일 경우 상폐 요건 적용을 유예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오히려 훗날 매출은 부족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받는 기업에게는 상장을 유지할 기회도 더 커진 셈이다. 기술력이 있고, 시장의 신뢰도 받고 있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보완책은 바람직한 설계라 생각한다.
 
-상폐 기준과 상법이 함께 강화되면서 상장을 준비 중인 비상장사 역시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해졌다. 사전에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최근 상법개정안은 대부분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상장 후 적용될 개정 상법을 모두 충족한 상태로 상장 신청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이사 충실의무, 독립이사 선임, 3% 룰 강화, 전자주주총회(선택사항)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법인이라면 추가로 전자주총,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이사충실의무가 강조되면서 사외이사(독립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실질적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사회 지배구조의 구성과 운영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향후 소송 리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관련 부분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 전문가로서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거래소에서 오랫동안 기업 관리 및 규제 입장에 서 있었지만, 이젠 기업 입장에서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충족시키고자 한다. 기업 성장은 시장의 성장이고, 이는 투자자 신뢰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앞으로 시장과 기업이 상생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본시장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싶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