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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1일 11: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분양 장기화와 주택 경기 둔화로 국내 사업 여건이 악화되자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프로젝트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해외수주 실적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다만 과거 중동 중심 해외사업에서 대금 정산 지연과 장기 미수금 누적으로 재무 부담을 겪었던 만큼, 최근에는 외형 확대보다 회수 가능성과 현금창출력을 우선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해외수주 회복 국면에서 과거의 리스크 경험이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과 계약 구조, 재무 판단 기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기조가 지속 가능한지 진단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건설(000720) (35,300원 ▼700원 -1.98%)이 약 5조원 규모의 미청구공사 부담을 안은 상태에서, 수익성과 회수 안정성을 앞세운 선별 수주 기조로 해외 사업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실을 일차적으로 정리한 이후에는, 중동과 유럽·북미에서 원전·인프라·신재생 분야 수주를 늘리며 발주처 신용도와 정산 구조를 우선하는 보수적 수주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외형 위주 전략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해외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재편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이 수행한 사우디 리야드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사진=현대건설)
단기 미청구공사 4.8조…손상 반영은 0.9% 수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단기 미청구공사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 8559억원으로,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청구공사는 공정 진행에 따라 매출로는 인식됐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으로, 특히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일수록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 이들 대부분은 1년 안에 정산과 회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회계상 '단기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산의 건전성이다. 이 중 손상차손누계액은 419억원으로, 전체의 약 0.9% 수준에 머문다. 단기 자산임에도 일정 수준의 손실충당금이 설정돼 있다는 점은, 회사가 현금 회수 속도와 정산 지연 리스크를 의식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대건설은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부실 여파로 연결 재무제표상의 부담을 겪어왔다. 지난해 1분기에는 과거 해외 프로젝트에서 누적된 원가 상승분과 정산 리스크를 일시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했다. 당시의 손실 반영은 단기 실적에 충격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잠재 부실을 털어내고 해외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대건설은 자회사 리스크 정리를 계기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방향으로 수주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역도 중동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유럽·북미·동유럽 등으로 분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원전·신재생·인프라 분야에선 EPC 본계약 이전 단계인 사전업무(EWA)와 기본설계(FEED)를 중심으로 진입해 초기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모습도 뚜렷하다. 2025년에는 해외 수주에서 삼성물산에 이어 업계 2위를 달성키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선진 건설사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도화하고, 미래 핵심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해 수익성을 정밀하게 관리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의 전략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비경쟁 수주가 주효했다. 향후에는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원전, SMR,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엔 손실 이후…수주·전략 모두 리셋 중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사업 부담은 재무제표상 채권 구조에서도 일부 드러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청구공사채권은 1조 411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27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도 267억원으로 늘어나면서, 공사비 청구 지연과 함께 회수 가능성에 대한 보수적 회계 인식이 병행된 모습이다. 이와 함께 매출채권·미수금 등 기타채권 항목에서도 대손충당금이 191억원에서 904억원으로 급증해, 자회사 대여금과 일부 해외 현장 중심의 채권 회수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당분기 중 플랜트·인프라 부문에서 총계약원가 추정치가 전분기 대비 약 3121억원 증가함에 따라, 약 750억원의 손실 추정액을 당기 손익에 즉시 반영했다. 특히 플랜트 부문의 공사손실충당부채가 1861억원 규모로 설정됐는데, 이는 원가 상승분이 매출 증가분을 상회하며 수익성이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대표적인 '플랜트 수주 강자'로 불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대형 EPC를 잇달아 따내며, 일부 연도에는 연간 해외 수주 실적 기준으로 업계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24년을 기점으로 해외 사업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이후 장기화된 공정 지연과 원가 상승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RDMP) 정유 프로젝트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 사업 등 일부 대형 플랜트 현장에서 투입 원가가 계약 당시 가정을 크게 웃돌며 수익성이 급격히 훼손됐다. 발주처와의 정산 협의와 공기 조정이 지연되면서 원가 부담이 선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해외 플랜트 손실은 현대건설 연결 재무제표에도 그대로 전이되며, 그룹 차원의 해외 사업 리스크 관리 부담을 키운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사업 전략의 무게 중심을 외형 확대에서 리스크 통제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주 흐름을 보면 단일 대형 플랜트 EPC에 집중하기보다, 기존 현장의 추가 공사와 태양광 발전 사업 등 비교적 변동성이 낮은 프로젝트 비중을 키우는 양상이 뚜렷하다. 대규모 초기 투입이 필요한 고정가 플랜트 일괄 수주 비중을 줄이고, 공기와 원가 변동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사업 위주로 해외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손실 재발 가능성을 낮추려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공정 관리와 원가 통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기존에 문제가 됐던 현장에 대해서는 주요 리스크 요인을 상당 부분 해소한 상태로, 향후에는 동일 유형의 손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청구공사는 통상 국내·해외 사업이 혼재된 형태로 공시되기 때문에, 전부를 해외 프로젝트의 회수 리스크로 일반화하기보다는 사업 성격과 발생 배경에 따라 구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대다수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해외로 구분해 공시하지 않는 구조"라며 "단순히 해외 정산 리스크로 등치시키는 해석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