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1일부터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됐다. 2024년 기준 수도권 매립지로 향하던 서울(약 21만톤), 인천(7만5천톤), 경기(약 27만톤)의 생활폐기물 연간 약 56만톤(2024년 기준)은 이제 땅에 묻지 말고 모두 태워야(소각) 한다. 직매립이란 선별, 소각 등의 전처리 과정 없이 폐기물을 수거해 그대로 땅에 묻는 방식이다. 수도권에서는 1978년에 서울 마포구 난지도에 처음으로 대규모 매립지를 조성했고 1992년 난지도 매립량이 한계에 달하자 이후 인천 서구, 김포 지역에 대규모 매립지를 조성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약 30년간 묻어왔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한계에 도달했다.
쓰레기를 묻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생활폐기물 정책을 직매립 대신 소각으로 전환했다. 쓰레기를 소각 후 묻으면 폐기물의 부피가 약 85% 줄어 매립지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정부가 2021년에 쓰레기 직매립 금지를 적시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직매립 금지는 매립에 의존하던 국내 폐기물 처리 방식을 폐기물 감량과 자원순환 촉진, 온실가스 저감으로 전환하는 조치이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라 수도권 3개 광역시·도는 지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매립해선 안 되고 반드시 소각 후 그 부산물을 매립해야 한다.
문제는정부와 수도권 광역시·도가 직매립이 금지되면 기존의 수도권 폐기물 소각장만으로는 부족할 것을 예상하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 3개 광역지자체가 보유한 공공 소각장 32곳은 유휴 처리 용량이 거의 없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2021년 9월에 결정되면서 이미 예고됐지만 2026년 시행 이전 4년여 동안 수도권에는 신규 공공 소각장이 단 한 곳도 지어지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 공공 소각장을 추가로 지으려던 시도는 주민 소송과 법원의 판단 등 여파로 중단됐고 인천에서도 주민 반발 등으로 공공 소각장 추가 건립 시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신규 공공 소각장 14곳은 모두 비수도권 지역에 건설됐다.
수도권에 공공 소각장이 부족해지면 수도권의 생활쓰레기는 민간 소각장과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동해 처리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종량제 방식 등으로 혼합 배출되는 서울의 연간 생활폐기물은 약 126만톤이다. 이 중 약 15만톤(12%)이 재활용되고, 매립으로 약 21만톤(17%), 소각으로 약 89만톤(70.9%)이 처리됐다. 소각 처리 중에서는 공공 소각이 약 74만톤(58.8%), 위탁 소각이 약 15만톤(12.1%)을 차지했다. 직매립이 금지되면 기존 위탁 소각과 매립량을 합한 약 37만톤(29.1%)이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따른 쓰레기 물량을 공공이 책임지는 대신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민간 소각장이 한 곳도 없어 수도권에 있는 민간 소각장을 이용해왔는데 수도권의 민간 소각 시설도 이미 포화 상태다. 수도권의 생활폐기물을 민간에 맡긴다는 것은 결국 수도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수도권 밖으로 옮겨서 태우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처리하지 못한 생활쓰레기가 충북과 세종, 충남, 대전 등에 있는 민간 소각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 위탁 방식은 수도권이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을 비수도권 지방 민간 소각장으로 떠넘기면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위반하고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지역 간 불평등 격차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제5조의2(생활폐기물의 발생지 처리)에 따라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를 관할 구역 내 폐기물처리시설 또는 관할 구역을 대상 지역으로 하는 광역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처리 시설 부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적으로 타지역 반출이 허용되는데, 이 경우에도 지자체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폐기물관리법 제5조의2 제2항은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모두 처리할 수 없을 때는 관할 구역 외의 지자체장과 협의해 생활폐기물을 반출해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수도권 직매립 금지로 인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충북 민간 시설로 넘어가는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현재 수도권의 생활폐기물은 지자체 간 협의 절차 없이 민간 위탁 계약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으로 반출되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을 민간 위탁 방식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인데, 지방계약법상 응찰에 지역 제한을 둘 수 없어 비수도권 업체가 사업을 따내면 수도권 폐기물이 그대로 반출되는 상황이다.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강제하는 조항이나 처벌 조항이 없어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작 생활폐기물을 받게 되는 지자체는 사전 협의는 물론 사후 통보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이 아닌 민간에 의존하는 방식은 공공성 훼손과 재정 부담 증가, 처리 안정성 불확실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공공 소각장 신설이 미뤄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2030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공공 소각장 확충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야 서울시는 2033년까지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100% 공공 소각 시설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정부가 이제라도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역별로 공공 소각장과 (종량제봉투를 뜯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선별해 소각하는) 생활폐기물 전처리 시설을 짓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소각열을 이용한 열병합(지역난방과 전기 생산) 발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수도권 식민지인가?”라는 물음은 쓰레기를 넘어 전기(반도체 공장과 원자력발전소, 송전탑 등) 생산과 송전 문제 등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렇게 지역 간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누적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쓰레기 대란’은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운 대한민국 정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포착하고 있다. 서울 쓰레기는 서울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