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3월 25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지금 당장의 증시 활황에 기뻐하기 보다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목표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작년 발의가 완료된 1차와 2차를 지나 올해 입법이 마무리된 3차 상법개정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개정 작업의 중심에 섰던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눈앞의 증시 활황보다 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IB토마토)
김 의원이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시민운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너 중심의 기업 운영 과정에서 반복돼 온 소액주주 권익 침해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견제 기능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도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안 마련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상법 개정에 이어 그가 발의한 스튜어드십 코드 법안은 기관투자자의 기업가치 제고 활동과 대주주 견제 활동에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다.
<IB토마토>는 김 의원을 만나 한국 기업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을 둘러싼 쟁점,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가능성까지 자본시장 법안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IB토마토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다음은 유창선 금융시장부장이 김남근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원인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최근 발의한 법안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의 많은 재벌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그 본래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권익은 보호받기 힘들었고, 한국 증시는 늘 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왔다. 이를 고치고자 시민운동을 통해 노력하던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당에서도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간 시민활동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활용해 개선안이 국회 활동을 통해 법안 제안까지 이룰 수 있었다.
-그간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저평가가 만연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구조적인 저평가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다. 대표적으로 중복 상장 이슈가 있다. 예를 들어 2차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 있었다. 2차전지 사업이 다행히 이제 궤도에 올라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지만, 기업은 별도의 계열사를 만들어 상장시켰다. 2차전지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이 오히려 성장에서 소외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기업이 이 같은 결정을 추진한다면 이사회 차원에서 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이사회의 주주 권익 보호를 촉진시킬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주주권익에 맞춘 상법 개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사례 때문이다. 투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없어야 가능하다. 별도의 계열 회사의 상장 같은 주주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돌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3차 상법 개정에서 자사주 소각이 주를 이룬 이유 역시 주주 권익 보호 차원으로 봐도 되는가.
△자사주의 경우 그간 회사의 자금을 바탕으로 지배주주의 지배권 행사에 악용된 사례가 많았다. 또한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자사주가 헐값에 매각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있어왔다. 그래서 다소 강제적인 방식의 자사주 소각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3차 상법 개정은 이전 주주 보호의 마무리 단계다. 3차 개정을 통해 이전 시장 변동성에 대한 방어도 가능했다고 본다.
-상법 개정이 1차부터 3차까지 마무리됐다. 이제 추진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상법 개정의 후속 조치로 보이는데, 해당 법안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상법개정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과 성장이 목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런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다. 이전까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활동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고, 특별한 요인도 없었다. 적어도 이를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원래 당연히 했어야 할 주주 가치 개선에 나설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업 가치 상향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는 말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과다한 임원 보수를 주는 곳들은 이제 임원 보수를 너무 과도하게 주지 못하는 안을 추진하거나 불필요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막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스튜어드십코드 법안이 행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상황을 금융감독원이 관리·평가하도록 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이 한국 특유의 관치 금융으로 작용해 시장의 자율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자율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존재해야 한다. 시장의 자율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자율이 부여된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에 법안의 목적이 있다. 작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 기업 중 60%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 미만이다. 이는 미국의 4%, 유럽의 1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그간 기업들이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의 이익이 투자나 배당으로 이어지게 하는 근거 법안을 만들어 자율적인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게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론 이 법안이 없더라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업의 자율로 이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행에 나설 요인이 없다면 제대로 변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금융당국의 평가 권한을 조항에 넣어 기관 투자자들의 이행을 촉진할 수 있게 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견제자로서 기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 추진이라고 봐도 되는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 추진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법안은 강제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그간 부족했던 주주 권익 행동에 나설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있다.
법적 근거를 가지면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이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당국의 관리안을 넣은 것도 법으로 강제하기 위함이 아닌 주주 권익을 위한 이사회 활동을 촉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상법 개정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다. 법안 효과가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 셈인데, 이 정도의 활황은 예상했나.
△국내 주식시장이 이제 저평가를 넘어선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의 주가 지수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법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모두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는 법안이다. 10년이라면 이번 정부가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갈 과제다. 물론 다음 정부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주주 권익보호,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 해결이란 과제는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추진되어야 할 방안이라고 본다. 그래서 당장의 주가보다는 향후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법안을 준비 중이라면, 현재 여당과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추구하는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누구나 안심할 수 있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에 있다. 그간 한국시장에선 항상 예측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집권 정부의 추진 사업에 따라 때로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유상증자, 계열사 분할 상장 등 주주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악재가 산재했다. 이런 악재는 제도적으로 막고 견제할 수 있어야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 이제 더 이상 디스카운트 시장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선도적인 시장, 코리아 프리미엄이 적용되는 주식 시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대담=유창선 금융시장부장 yuda@etomato.com
정리=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