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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0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미드마켓'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조 단위 메가딜을 주도하던 대형 운용사들까지 투자 무대를 미드마켓으로 넓히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미드마켓은 중소형 운용사들의 주 무대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대형 PEF들까지 가세하며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대형 PEF들이 미드마켓으로 눈을 돌리는 구조적 배경과 차별화된 가치 창출 전략, 세컨더리·크로스보더 거래를 통한 새로운 성장 경로 등을 짚어보며 국내 PEF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대형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모펀드(PE) 업계가 투자뿐만 아니라 회수 전략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세컨더리 거래와 크로스보더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PE 시장은 여전히 내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운용사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엑시트 막히자 세컨더리 급증…지난해 사상 최대치
글로벌 PE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와 매각을 통한 엑시트가 지연되면서 세컨더리 거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위탁운용사(GP)가 주도하는 세컨더리 거래는 대부분 미드마켓에 집중돼 있어, 세컨더리 시장에서 핵심 투자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세컨더리 거래 규모는 기관투자자(LP)와 GP가 주도한 거래를 합쳐 총 2260억달러(약 316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1% 증가한 수준이다.
세컨더리 거래는 일반적으로 크게 LP가 주도하는 거래와 GP가 주도하는 거래로 나뉜다. LP 거래는 연기금·보험사 등 기존 출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펀드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구조다. 펀드 안에 들어있는 개별 자산은 그대로 있고 주인만 바뀌는 셈이다. 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나 유동성 확보 목적에서 이뤄진다.
반면 GP가 주도하는 거래는 운용사가 보유 중인 특정 포트폴리오 자산을 별도의 신규 펀드(컨티뉴에이션 펀드)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통상 펀드 만기가 임박했음에도 시장 상황 여의치 않아 제값에 자산을 매각하기 어려울 때 선택하는 고육지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에는 펀드 만기와 상관없이 유망 자산을 더 오래 보유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카드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GP가 주도하는 자산 재편 거래는 최근 세컨더리 시장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운용사가 주도한 거래 규모는 2024년 약 710억달러에서 2025년 1060억달러로 급증하며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전체 세컨더리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피치북은 "부진한 인수·합병(M&A) 시장과 더딘 엑시트 환경으로 최근 몇 년간 펀드의 투자금 회수는 크게 위축됐다"fk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 목적의 수요가 세컨더리 거래 확대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GP가 주도하는 세컨더리 거래가 주로 컨티뉴에이션 펀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선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상은 매물이 팔리지 않아 재고를 안고 펀드만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JC파트너스가 2022년 인수한 법인보험대리점(GA) 굿리치에 대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한 것도 시장에서 평가하는 몸값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단순한 회수 전략이라기보다 엑시트 지연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에 가깝다"라며 "시장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자산을 매각하기보다 펀드 구조를 바꿔 보유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 거래 규모 추이 (자료=피치북)
규모의 경제 부족…국내 PE의 '한계'
세컨더리와 함께 글로벌 PE 시장에서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은 전략은 크로스보더 거래다. 지난해 KKR의 일본 기업 탑콘 인수(약 23억달러), 베인캐피탈의 일본 요크 홀딩스 인수(약 53억달러) 등 국경을 넘어선 대형 거래로 글로벌 자본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다만 국내 시장은 이 같은 흐름과 대비된다. 크로스보더 M&A 전문 사모펀드인 SJL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크로스보더 M&A 규모는 2019년 169억달러(약 24조원)에서 2024년 69억달러(약 10조원)로 감소하며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율 상승과 재무 부담, 과거 인수 실패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PE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0년~2024년 기준 국내 사모펀드의 크로스보더 거래 비중은 건수 기준 약 1%, 금액 기준 약 6%에 그친다. 국내 PE의 누적 M&A 총 1690건 가운데 24건만이 크로스보더 딜이었으며, 금액은 약 1500억달러(약 224조원) 가운데 90억달러(약 13조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베인앤컴퍼니는 "국내 PE는 글로벌 PE 대비 절대 규모상 아직 열위로 국내 PE 또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성장과 육성이 필요하다"며 "국내 PE는 지속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해외 확장과 크로스보더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PE가 딜 발굴과 기업 밸류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국내 PE는 LP 출자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어 크로스보더 딜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부 GP들이 대형 LP 자금을 대부분 빨아들이고 있지만, 글로벌 LP 자금을 유치하거나 크로스보더 딜을 발굴하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펀딩이 우선순위다 보니 국민연금 등 주요 LP와의 네트워크 확보에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PE들이 산업별 전문성과 크로스보더 전략을 기반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중·대형 운용사들은 내수 딜 중심에 머물러 있어 자금 소진을 위해 전환사채 투자를 포함한 크레딧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