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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원전 EPC 장벽)③같은 원전 다른 셈법…건설 3사 생존 공식
이 기사는 2026년 03월 20일 15: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이 반영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변화에 더해 해외 원전 수출 확대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 주가도 이른바 '원전 테마'로 묶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원전 사업은 장기간 시공 경험과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엄격한 규제 대응 역량이 요구되는 고난도 산업으로 실제 EPC 수행 기업은 제한적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원전 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보고, 국내 건설사들이 K-원전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과 전략을 통해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같은 '원전 수주'지만 건설사들의 셈법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형 원전을 앞세워 EPC(설계·조달·시공)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전략과, 설계부터 운영·해체까지 전주기를 묶어 장기 수익을 확보하려는 접근, 나아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차세대 기술에 선제 투자해 에너지 사업자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갈라지고 있다. 원전 사업이 단순 공사를 넘어 수십 년간 이어지는 현금흐름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 차이는 향후 실적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 및 2호기 항공 사진. (사진=대우건설)
 
현대건설, 바라카 이후…EPC 지배력 강화에 방점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000720) (35,300원 ▼700원 -1.98%)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과 미국 팰리세이드 SMR 건설 사업에 참여 중이며, 2025년 10월에는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대형원전 4기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원전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물산(000830) (48,100원 ▲2,300원 +4.78%)은 유럽 SMR 기본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대우건설(047040) (4,265원 ▼145원 -3.40%)은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공사를 수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을 '원전 EPC 3사'로 분류하는 모습이다. 이들 모두 해외 대형 원전을 EPC 방식으로 수행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로 건물과 터빈 건물 등 전체 공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종합 EPC 역량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건설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건설은 원전 사업에서 '정통 EPC 플레이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에서 약 1조 7000억원 규모 지분을 확보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했고, 해외에서는 설계(ESC)와 기본설계(FEED) 단계부터 참여해 향후 EPC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선점하고 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신규 원전 설계와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 FEED 계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전략은 현재 매출과 미래 수주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구조다. 신한울 프로젝트는 약 10년에 걸쳐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해외 프로젝트는 초기 설계 단계 참여를 통해 향후 EPC 본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업으로 기술 경쟁력을 보완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 입증된 공정 관리와 리스크 통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바라카 1~4호기는 대형 원전 프로젝트 가운데 드물게 '온타임·온버짓(공기 지연이나 비용 초과 없이 계획된 일정과 예산 내에서 완료)'을 달성한 사례로 꼽힌다. 이 경험은 이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설계 및 EPC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핵심 레퍼런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바라카 원전을 통해 축적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에도 EPC 시공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만 전문 인력과 공급망 역량을 바탕으로 원전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에서 협력 확대 가능성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미국 댈러스에서 대형원전 기술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확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는 전주기·삼성은 투자…원전 수익모델 '양극화'
 
대우건설은 원전 사업을 '설계·시공·운영·해체'까지 아우르는 전주기(Full-cycle) 사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단발성 EPC 수주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와 성능개선, 해체까지 이어지는 반복 발주를 통해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에서 ‘팀코리아’의 시공 축으로 참여하고, 국내에서는 기장 연구로와 월성 1호기 해체 사업 등을 수행하며 전주기 이력을 축적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한 프로젝트-장기 수익' 구조로 요약된다. 원전은 건설 이후에도 수십 년간 정비와 성능개선, 연료 교체, 해체 등 후속 사업이 이어지는 만큼, 초기 EPC 참여를 발판으로 후속 시장까지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우건설은 연구로 시공과 증기발생기 교체 등 성능개선 사업 경험을 통해 운영·정비 영역으로 확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전원자력연료 등과의 협력을 통해 연료·운영 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원전 사업에서 전통 EPC를 넘어 '투자·플랫폼' 전략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계속운전 설비개선 사업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하며 유럽 시장 내 레퍼런스를 쌓는 동시에, 도이세슈티 SMR 프로젝트에서는 기본설계(FEED) 단계에 참여해 향후 EPC 본계약 전환 가능성을 확보했다. 대형원전과 SMR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NuScale Power(뉴스케일파워) 지분 투자와 GE 히타치(GE Vernova Hitachi Nuclear Energy·GE버노바 히타치 원자력)와의 협력 등을 통해 복수 노형 기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기술 리스크를 분산하고, 원전 개발·투자까지 포괄하는 사업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전 프로젝트는 수행 경험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라며 "신규 사업자는 기존 경험을 보유한 기업과 JV(합작)나 하도급 형태로 참여해 레퍼런스를 쌓은 뒤에야 단독 진입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국가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협업이 아닌 이상 기존 플레이어들이 신규 업체와 함께 참여할 유인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 차이가 수익 인식 구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본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장기 EPC 공사를 중심으로 공정률에 따라 매출이 누적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은 설계와 시공을 분리한 계약 구조를 통해 단계별로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공정 진행에 연동된 안정적인 장기 매출 흐름을 확보하는 반면, 삼성물산은 투자 및 사업 구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