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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IB&피플)고효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 기사는 2026년 07월 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M&A가 가격과 조건을 맞추는 거래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주주와 규제당국,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은 그동안 자본시장 바깥에 머물렀던 목소리까지 거래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해관계가 촘촘해질수록 M&A의 난이도는 한층 더 높아진다. 법률자문을 평가하는 기준도 보다 실질적인 효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M&A 시장에서는 거래의 흐름을 읽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해법을 제시하는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효정 변호사는 2016년 법무법인 지평에서 첫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지평 키즈'로 통한다. 10년간 지평과 M&A 여정을 함께 하며 크고 작은 국내외 M&A 자문, 투자 유치, 기업 사업재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 경험을 쌓았다. 고 변호사의 자문 원칙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자문'으로 압축할 수 있다. 거래 안에 내재한 위험을 분류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제시하며, 거래를 완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는 자문이다.
 
<IB토마토>는 고효정 변호사를 만나 복잡해진 M&A 시장의 흐름과 성공적인 딜을 이끄는 법률자문의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법무법인 지평)
 
다음은 고효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본인 소개와 주로 담당하는 업무를 소개해달라.
△법무법인 지평에서 M&A, 사업재편, 크로스보더 거래를 중심으로 자문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전략적 투자(SI) 거래, M&A와 기업 운영 이슈가 연관된 거래를 주로 다룬다.
업무 과정에서 속도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M&A는 쟁점 변화가 빠르며,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명시적으로 말한 것뿐 아니라 아직 말로 전달하지 못한 우려나, 거래 단계까지 함께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외부 기업 인수 자문과 그룹 내 사업재편 자문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각 거래별 자문 포인트가 다르다. 외부 기업 인수는 거래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가격, 진술 및 보장, 책임 배분, 종결 조건처럼 협상축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요한 포인트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다. 매도인은 회사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인수인은 실사를 통해 그 회사가 자신의 전략에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리스크를 확인한 후 가격에 반영할 것인지, 계약상 책임 배분으로 풀 것인지, 종결조건으로 둘 것인지 등을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 간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그룹 내 사업재편은 같은 그룹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라 비교적 수월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더 섬세하게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룹 내부 거래는 같은 그룹 정책, 내부 문화, 인사제도, 보고체계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 쉬운 측면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덧붙여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실무 협의 과정에서 원활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법률적 측면에서는 다르다. 각 회사가 별개의 법인이고 각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오히려 계열회사 간 거래라 해서 절차나 가격을 느슨하게 볼 수 없다. 공정성이 거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특히 부당지원행위, 특수관계인 거래와 관련된 조세 쟁점,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이슈, 소수주주 보호 문제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사회가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이해상충은 관리됐는지, 거래조건은 합리적인지까지도 들여다본다. 소수주주, 채권자, 임직원, 규제기관 등 이해 당사자 관점에서 거래가 공정하게 보이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최근 계열회사들이 각자 독립적인 외부 자문사를 두고, 제3자 간 거래처럼 협상과 법률 검토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거래 전체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법무법인 지평)
 
-크로스보더 M&A에서는 법·제도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어떤 방식으로 조율하나?
△크로스보더 딜에서 중요한 역량은 단순히 의사소통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법적 체계와 문화적 차이를 번역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가령 같은 용어를 쓰더라도 한국 당사자와 해외 투자자가 이해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Vesting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말하는 Vesting은 창업자나 핵심인력의 권리가 일정 기간 또는 조건에 따라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구조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스톡옵션 행사 가능 시점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는 이런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권리가 이미 확정된 것인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직 권리가 없는 것인지가 중요한 국면이 되면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문구 뒤에 있는 우려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그 우려를 한국 법과 실무에 맞게 정리하고 다시 계약 문구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투자 자문은 대기업 거래와는 또 다른 난이도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점을 특히 신경 쓰나?
△스타트업 자문은 기성 대기업과 성격이 다르다. 대기업은 내부 시스템과 절차가 갖춰져 있어 그 시스템을 기준으로 리스크를 점검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반면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제도나 내부 절차가 만들어지는 중인 경우가 많아 대기업과 같은 기준에서 리스크를 다루면 거래가 난관에 빠질 수 있다. 대기업 수준의 광범위한 진술과 보장을 그대로 요구하는 것도 삼가는 편이 좋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리스크와 성장 과정에서 관리해 갈 수 있는 리스크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 그러나 창업자와 회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계약서로 투자자를 잘 보호하더라도 창업자와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의류 브랜드 투자 유치 자문의 경우, 브랜드의 고유성과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해치지 않으면서 투자자가 원하는 안정성을 양립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을 잘 구분하고, 거래가 가능한 균형점을 찾은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상법 개정과 공정거래법 강화 등 자본시장 환경 변화가 M&A 구조 설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나?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 보호, 이해상충 관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법 개정으로 기준이 명확해진 부분도 있고,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진 결과라는 측면도 있다.
최근 M&A는 거래 당사자뿐 아니라 주주, 노동자, 규제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 과정이 되고 있다. 법률자문도 단순한 계약 검토를 넘어 이해관계 조율과 실행 가능성 확보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거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어떤 자료를 보고 판단했는지, 가치평가는 적정했는지, 대안적인 거래구조를 검토했는지, 소수주주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딜이 짜여 있는 것은 아닌지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또한 기업결합신고나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과 같은 중요한 인허가도 거래 초기에 검토가 필수적이다. 거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규제 리스크가 드러나면 구조를 바꾸기 어렵고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
 
-AI 확산으로 산업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향후 유망한 M&A 분야와 법률자문 트렌드를 어떻게 보나?
△특정 산업 하나라기보다 AI가 산업 생산성을 실제로 바꾸는 영역에서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화, 사이버보안, 헬스케어, 물류, 스마트팜, 제조 자동화 같은 분야가 대표적이다.
전통 산업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필요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도 늘어날 수 있다.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커질수록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
법률자문도 이와 유사하다. 산업이 바뀌면 적용되는 규제와 기술 쟁점도 달라진다. 스마트팜 산업 안에는 농기계 회사, 농업 생산 법인, 소프트웨어 회사가 함께 있다. 기존 법률 쟁점을 이해하면서 AI, 데이터, 보안 등 새롭게 더해지는 이슈를 빠르게 분류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법 전공이 M&A 자문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하나?
△그렇다. 거래가 잘 체결됐더라도 인수 후 핵심 인력의 이탈, 난항에 빠진 임금체계 통합 과정, 고용승계 등 과정에서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거래의 성과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노동법을 공부한 덕분에 이런 쟁점을 M&A 초기부터 두루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것 같다. 전공 덕분에 M&A가 실제 조직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노란봉투법은 M&A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노조에 대한 관점, 인수 후 노사관계 설정 문제는 기존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다만, 노란봉투법 이후 그 이슈가 더 부각될 수 있다. 노무 리스크가 크거나 근로자 수가 많은 기업의 경우 노조 리스크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인수 후 PMI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거래 일정 전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도급, 용역, 계열회사 인력 운영구조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사관계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응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절차와 소통이 중요하다. M&A를 이유로 노조가 우려를 제기한다면 회사 정상화에 대한 확신을 주거나, 향후 경영 청사진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에 몸담은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크로스보더 M&A, 테크 투자, 그룹 사업재편처럼 법률, 규제, 산업, 조직 문제가 동시에 얽힌 거래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문가가 되고자 한다.
좋은 변호사는 위험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위험이 정말 중요한지, 어떤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어떤 위험을 인지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구분해주는 것이 중요한 자문 역량이라 본다.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거나 위험을 나열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능한 길을 안내하는 균형감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결국 클라이언트에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드리는 것이 자문 업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