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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에스에이엠티, 실적 호황에도 마르는 '현금'…재고·달러빚 부담 확대
이 기사는 2026년 08월 4일 17: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최대 대리점 에스에이엠티(031330) (2,915원 ▼35원 -1.20%)(SAMT)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정작 현금은 오히려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단기차입금이 동반 폭증하고 해외 종속법인 채무보증까지 확대되면서, 호실적과 정반대로 현금 흐름은 뚜렷하게 악화되는 모양새다.
 

에스에이엠티 본사 전경. (사진=에스에이엠티 홈페이지)
 
영업익 3273억인데 현금은 -3814억…SAMT 덮친 운전자본 부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에이엠티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7954억원, 영업이익 32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1578% 늘어난 수치로,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회계상 장부 이익과 달리 실제 회사로 들어온 현금 흐름은 현저히 악화됐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814억원으로 대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공시된 현금흐름표 세부 내역에 따르면 현금 유출을 일으킨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재고자산의 폭증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7047억원) 중 재고자산 증가로 인해 빠져나간 현금만 6495억원에 달해 유출 요인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에스에이엠티의 연결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685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조 365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회사가 1분기에만 2조 원이 넘는 물품을 대량으로 직접 사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출채권의 급증 역시 현금 유입을 차단한 주요 원인으로 작동했다. 1분기 중 매출채권 증가로 인해 회수가 지연된 현금은 1337억원에 달한다. 연결 재무상태표상 '매출채권 및 기타수취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412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5557억원으로 3개월 만에 1431억원(34.7%) 증가했다.
 
외형 성장에 따라 외상 거래 규모는 대폭 늘어났으나 실제 현금 입금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급처 결제 대금을 빠르게 상환하면서 매입채무 감소로 1558억원의 현금이 추가로 유출됐다. 
 
결국 이처럼 재고 매입과 매출채권 증가 등으로 영업 활동에서 대규모 현금 결손이 발생하자 회사는 외부 차입으로 부족분을 메웠다. 1분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817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는데, 이는 영업현금 순유출액(-3814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회사는 이번 분기 1조 795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새로 일으켰으며, 상환액을 제외한 순증가분이 새어나간 영업 현금을 그대로 벌충했다.
 
이 여파로 단기차입금 총액은 지난해 말 4618억원에서 8729억원으로 89% 늘었고, 부채비율은 183%에서 213%로, 순차입금비율은 95%에서 121%로 동반 상승했다. 통상 실적 개선기에는 부채비율이 낮아진다는 점 감안 시 이례적인 흐름이다.
 
 
4283억원 보증·달러빚까지…메모리 고점 이후 문제
 
해외 종속법인에 대한 채무보증과 환율 변동성도 잠재적인 재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에스에이엠티는 현재 싱가포르(SAMT SG), 미국(SAMT AMERICA), 홍콩(To-Top) 등 해외 법인의 차입을 위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달 2일 공시 기준 채무보증 잔액은 약 4283억원이다. 이는 올해 1분기 말 연결 자본총계(7224억원)의 59.3% 수준이다. 채무보증은 자회사가 차입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면 실제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향후 메모리 업황 둔화나 해외 법인의 재무여건 악화가 발생할 경우 본사의 우발채무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리스크 노출 구조도 1년 새 완전히 뒤집혔다. 회사가 공시한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원화 환율이 10% 상승(원화 약세)할 경우 세전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 1분기 +52억8000만원(이익)에서 올해 1분기 -415억4800만원(손실)으로 반전됐다. 배경에는 달러 차입금의 급증이 있다.
 
연결 기준 달러 표시 차입금은 지난해 말 1억 7687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4억 4422만달러로 151% 늘어난 반면, 달러 자산은 2억 3482만달러에서 2억 3926만달러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 결과 순 달러부채 포지션은 1억 2216만달러에서 2억 7453만달러로 두 배 넘게 확대됐다. 해외 종속법인 대상 보증·차입이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는 구조인 만큼,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이 부담은 고스란히 본사 손익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에스에이엠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매출은 늘었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한 정상적인 거래 채권이 많아 현금흐름에 영향을 줬다"며 "채무보증 확대와 관련해서는 해외 법인들이 설립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본사가 보증을 제공해 현지 법인이 차입금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게 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