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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코스닥, 횡령·배임 역주행…중소형사 내부통제 '사각지대'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8일 17: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올해 상장사의 횡령·배임 혐의 공시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관련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게 권한이 집중된 중소형사가 많은 데다, 이사회·감사 조직의 견제 역량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내부통제의 빈틈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특히 횡령·배임 기업 상당수에서 잦은 최대주주 변경과 반복적인 자금조달, 공시 위반 등 이상 징후가 함께 나타나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지배구조 전반의 취약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배임·횡령 공시, 상장사 전체 줄었지만 코스닥 늘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17일까지 횡령·배임 혐의 발생(사실 확인) 공시는 총 39건이었다. 지난해 58건보다 32.8% 감소했다. 공시를 올린 상장사 수 역시 38곳에서 32곳으로 줄었다. 한 기업이 반복해 혐의 공시를 올린 경우가 줄면서 전체 공시 또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를 올린 코스닥 기업은 11곳에서 17곳으로 늘어났다. 횡령 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10%가 넘는 기업도 5곳에 달했다. 횡령·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5%(자산 총액 2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3%) 이상이면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예컨대, 지난 2월 셀피글로벌(068940) (762원 ▲18원 +2.37%)의 경우 전 등기임원으로 인한 횡령 금액은 92억 5000만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52.03%다. 횡령 금액은 고소장에 기재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며 추후 수사 및 법원 판결 등에 따라 금액이 확정된다. 대진첨단소재(393970) (12,110원 ▲3,110원 +25.69%)는 지난 3월 전 대표로 인해 발생한 횡령 금액이 260억 5974만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29.39%에 달했다.
 
횡령·배임 혐의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기업은 무려 17곳 중 14곳이었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임원이 전년도 말 별도 자기자본의 3% 이상 혹은 10억원 이상 금액을 배임 또는 횡령할 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에 회계 부정이나 횡령, 재무 악화 등 자본시장 질서를 해치는 중대한 위반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에 남아 있을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를 뜻한다. 심사 과정에서 종목 매매가 정지될 수 있으며, 개선 기간 부여 후 위반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최대주주와 대표이사에 집중된 코스닥 기업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대부터 기업 투명성 확보를 위해 상장사에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해 오고 있다. 기업들은 재무제표의 오류와 부정 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재무 과정을 문서화하고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은 감사 대상과 검토 대상으로 나뉜다. 감사 적용 회사는 재무제표와 산출 과정까지 외부 감사인의 높은 수준의 모니터링을 거친다. 반면 검토 적용 회사는 그보다 상당히 낮은 강도의 감사를 받는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올해 감사 적용 대상은 연결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별도 기준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사다. 검토 적용 대상은 별도 기준으로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사, 5000억원 이상 대형 비상장사다.
 
문제는 제도 적용이 확대되더라도 기업별 내부통제 역량에는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부실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나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유동성 압박이 커지면 회사 자금 대여와 선급금 지급, 관계사 지원, 무리한 인수·합병 과정에서 기존의 부적절한 자금 거래가 드러나거나 새로운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커질 수 있다.
 
즉, 코스피 대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로 인해 준법 감시 체계가 상대적으로 강화되면서 사건이 감소했지만, 그 나비효과가 코스닥 중소형사까지 동일하게 확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한 기업에서는 해당 사건만 단독으로 나타나기보다 다른 지배구조·공시 문제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거 유사 혐의가 발생했거나 공시 번복·불이행, 잦은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경, 감사의견 변경, 반복적인 자금조달 등 여러 이상 징후가 선행하거나 동시에 나타나는 식이다.
 
한 자본시장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대기업들은 내부 컴플라이언스 등 내부 통제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코스닥 기업은 투자자 보호에 있어서 인식이 다소 낮고 내부 통제에 투자할 경제적인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횡령·배임 혐의가 잦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부통제는 경영진의 높은 도덕성에 맡기던지, 또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 엄격하게 구축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가 걸리므로 구조적인 해결을 코스닥 기업에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공시만 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 감시 장치나 사후 처벌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1000억원' 미만 상장사 사각지대…회계 감사 기준 확대돼야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이번 배임·횡령 혐의가 발생한 기업 17곳 중 비교적 기업 규모가 큰 4곳(참좋은여행(094850) (6,990원 ▼120원 -1.72%)·삼천리자전거(024950)·다원시스(068240)·푸른저축은행(007330))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산 규모가 1000억원을 넘지 않았다. 내부회계감시제도의 감사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검토만 받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기업이 대기업 상장사 수준의 회계 기준을 적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기업 코스피 시장 수준의 회계 관리 제도를 적용한다고 해도, 대기업이 1억원 쓰는 것과 코스닥 기업이 1억원 쓰는 건 상황이 다르다"라며 "영업에 쓸 비용도 없는데 시스템 구축에 쓸 경제적 여유는 역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일수록 최대주주나 경영진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돼 있고, 회계·감사 인력과 내부통제 조직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정 임직원이 자금 집행과 회계 처리를 동시에 담당하는 등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횡령·배임을 사전에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다.
 
피해 금액이 대형사보다 적더라도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 회사의 존립과 소액주주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자산 규모가 작더라도 매출 규모는 큰 기업도 있을 수 있어 사각지대 역시 생길 수 있다. 자산 규모만 일률적인 기준으로 삼아 감시 의무를 완화하는 현행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우석 안세회계법인 회계사는 <IB토마토>에 "제도 자체는 예방 차원에서 도입해야 하나 형식적으로만 운영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자산 규모 1000억원 미만 상장사는 아직 내부 회계 검토 수준이다. 대부분의 코스닥 기업들이 이에 해당되어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회계 정보도 내부 통제 관련된 항목이므로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려면 기업 정보가 정확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건 기본"이라면서 "현행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