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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IB&피플)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장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엔젤투자는 개인이 창업 초기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투자금이 스타트업의 사업에 직접 투입된다는 점에서 엔젤투자가 혁신 생태계를 키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협회는 엔젤투자자를 전문 투자자로 양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다. '비즈니스 엔젤'이라는 영문 명칭처럼 일회성 투자에 머물지 않고 전문적인 투자 활동으로 자리 잡도록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협회 사업의 또 다른 축은 지난 2013년부터 운영해 온 팁스(TIPS)다. 민간 운영사가 먼저 투자한 기업에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협회는 공동 운영기관을 맡고 있다. 지역 투자자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비수도권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차등 확대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부설 연구소를 통해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이종훈 회장은 엔젤투자자 저변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한변리사회와 손잡고 '엔젤투자 입문 과정' 행사를 진행했고, 변호사·회계사·의사 단체 등으로 전문직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실적이 없는 개인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일반회원도 모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를 넘어 더 많은 국민이 엔젤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IB토마토>는 이 회장을 만나 엔젤투자자 저변 확대 방안과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구상을 들어봤다.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장.(사진=윤상록 기자)

 

다음은 이종훈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달 28일 이소영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했다. 현재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새 장관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지난해 벤처투자는 13조 6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실적을 냈고, 투자 건수는 8542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창업 현장은 다르다. 지난해 창업기업은 113만 5561개로 전년 대비 4.0% 줄었고, 2021년 141만개에서 5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기술기반 창업은 22만 1063개로 전체의 19.5%를 차지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창업의 양은 줄고 있지만 질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기술창업 기업들이 첫 투자를 받고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점에 새 장관이 취임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국내 창업에 다시 활기가 돌고, 초기 투자와 지역 창업에 더 많은 관심이 모이길 기대한다. 협회도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전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올해 3월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협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가.
△협회의 목표는 고영하 초대 회장, 조민식 회장 때부터 변함이 없다.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키워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세 가지를 더하려 한다. 첫째는 '확장성'이다. 엔젤투자를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시장으로 넓히겠다. 둘째는 '디테일'이다. 투자자 교육에서 투자 연계, 후속 성장까지 현장에 필요한 부분을 세밀하게 챙기겠다. 셋째는 '지역·글로벌·연구'다. 지역 투자 생태계를 키우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데이터 기반 연구로 정책의 근거를 만들겠다. 협회가 쌓아 온 신뢰 위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 임기의 목표다.

 

-팁스와 엔젤투자는 어떻게 연결되나. 협회가 보조금 지원보다 '민간 선투자' 방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협회의 목표가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육성인 만큼, 민간이 먼저 엔젤투자로 가능성을 검증한 기업에 정부 지원이 뒤따르는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팁스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민간 운영사가 먼저 투자하고 정부가 R&D 자금을 매칭하기 때문에, 시장의 눈으로 걸러진 기업에 자원이 모인다. 투자자가 성장까지 함께 책임진다는 점도 보조금과 다르다. 협회는 2013년 팁스 출범 때부터 정부와 발맞춰 제도를 운영해 왔고, 지난해부터는 공동 운영기관으로서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 그동안 4900여개 스타트업이 팁스에 참여해 약 20조원에 달하는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앞으로도 팁스가 민간 투자와 기술창업을 잇는 대표 모델이 되도록 책임감 있게 운영하겠다.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의 '창업도시 10곳' 정책과 연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기업은 투자자와 고객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국내 엔젤투자 약 7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팁스 운영사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투자자가 없으면 좋은 기업도 결국 수도권으로 떠난다.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은 보조금이 아니라 엔젤투자자와 창업기업이 함께 만드는 시장에서 나온다. 그 투자자를 길러내는 곳이 지역엔젤투자허브이며, 현재 충청·호남·동남·대경권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창업도시에 맞춰 허브가 10곳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다만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과 투자자를 키우는 기관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한 곳에서 두 역할을 맡게 되면 이해상충 등 이슈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긴밀히 교류하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처음부터 이 틀을 잘 짜야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지역마다 엔젤투자 붐도 일어날 것이다.

 

-지역 엔젤투자를 늘리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에게 소득공제를 차등 확대해야 한다.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비수도권 기업에 투자하면 더 큰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협회는 그동안 국회와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고, 그 결과 지난 7월 비수도권 엔젤투자 소득공제 상향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벤처투자 활성화 3법'의 하나로 발의됐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지역에서도 엔젤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다. 지역 창업 생태계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인 만큼,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

 

-개인 엔젤투자자를 대상으로 멤버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엔젤투자 시장을 키우려면 투자자 저변부터 넓혀야 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약 44만명의 엔젤투자자가 활발히 움직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3만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2배 가까운 격차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엔젤투자 시장도 그에 걸맞게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는 기존 회원사 중심 멤버십을 넘어, 올해부터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회원' 모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기존 회원사와 엔젤클럽, 그리고 개인투자조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활성화해 누구나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모두의 엔젤투자' 시대를 열겠다. 민간 투자 저변이 튼튼하게 다져져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업들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

 

-지난 8월 문을 연 부설 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맡나. 향후 운영 계획도 궁금하다.
△협회는 8월5일 부설 연구소인 'RISE 스타트업투자·창업생태계연구소' 개소식을 가졌다. 그간 협회는 엔젤투자와 팁스를 운영하며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쌓아 왔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RISE는 바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출범했다. 국민대·한양대·한국외대 등 국내 굴지의 창업·투자 분야 교수진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엔젤투자를 다루는 'AI·E Lab'과 기술창업을 다루는 'TV·E Lab'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엔젤투자와 기술창업 데이터를 DB화하고 연구를 넓혀 정책 제언 기능을 강화하겠다. 또한, 기술창업과 투자에 관한 정보라면 RISE 홈페이지(rise.kbaa.or.kr) 한 곳에서 모두 찾을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핵심 목표다. 아직은 첫걸음이지만, 머지않아 연구자·투자자·창업가 모두가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