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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비대면 진료가 오는 12월24일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행정·관리체계만 담겼을 뿐 초진 허용 범위와 처방 제한 기준 등 핵심 운영 기준은 시행규칙으로 미뤄졌다. 약 배송 확대를 놓고는 부처 간 엇박자도 드러났다. 제도 시행이 다가오지만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IB토마토〉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남은 쟁점을 짚고, 제약·바이오업계가 마주할 변화와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 처방약 배송을 전 국민으로 넓히겠다고 밝힌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실현 경로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정부 입법안이나 의원 발의는 나오지 않았고, 논의 기구인 민관 협의체도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 주무부처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전면 확대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시행을 두 달여 앞둔 비대면 진료 제도의 또 다른 축인 '약 전달' 방식을 두고 정부 로드맵이 사실상 실종된 모습이다.
증인 선서하는 권영희 대한약사회장(맨 오른쪽)과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가운데). (사진=연합뉴스)
발표는 했지만…법 개정 없인 '불가'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20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도매업 겸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약 배송 대상을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약사법·의료법 개정을 논의하고 조제약 품질 관리와 수령 확인, 비대면 복약지도 등 안전관리 기준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약국별 의약품 구매·조제 정보를 플랫폼에 더 짧은 주기로 제공하는 방안 또한 내놨다.
오는 12월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상 약 배송(재택수령)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제1·2급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환자군에만 허용된다. 대상을 넓히려면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약사법과 의료법을 고쳐야 한다.
발표 이후 현재까지 정부 입법안 제출이나 의원 대표발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개정안 제출 시기나 목표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회 상황도 비슷하다. 여당 보건복지위원 다수가 갑작스러운 대상 확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약 배송 확대는 도마에 올랐다.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법 시행 전에 이해당사자 논의 없이 새로운 안을 던진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도화 과정에서 약 배송은 취약계층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짚었다. 남 의원은 코로나19 당시 닥터나우를 통해 약 113만건이 배송됐지만 복약지도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조기 전면 확대 추진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전면 확대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약 수령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발표 두 달 만에 정책 무게가 '확대 추진'에서 '의견 수렴'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부처 간 온도차 또한 여전하다. 복지부는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해 12월 시행과 동시에 전면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인 반면 국무조정실·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 개선 차원에서 추진 의지를 보여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닥터나우 방지법 처리와 약 배송 확대를 맞바꾼 부처 간 '빅딜'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가 논의 창구로 내세운 범부처 민관 협의체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대한약사회가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약사회는 지난달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20일 광화문에서 1만여명 규모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국감 증인으로 나와 시범사업 기간 진료·조제·복약지도에 대한 실태 파악과 사후 평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 후 현장 데이터를 쌓아 효과와 부작용을 검토한 뒤 확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현재 퀵 배송만 가능해 환자가 8000원가량을 부담하고 있다며 협의체 논의를 요청했다. 진료는 온라인으로 받아도 약은 직접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질의응답 시간에 답변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배송 품질 기준 '공백'…제약사도 셈법 복잡
확대 논의가 멈춰 선 사이 12월 시행될 제한적 재택수령 기준 또한 확정되지 않았다. 세부 기준을 담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이달 중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회가 지난 11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공개한 복지부와의 협의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인도 지역을 환자 거주지 시·군·구로 한정하고, 본인확인 절차와 배송업자 배상책임 등을 담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협의 내용에는 배송 중 온도·습도 관리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약사회는 그간 배송 과정에서 온도·습도에 따른 변질, 오배송·분실, 배송 지연 등의 위험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해당 내용은 제약사에도 부담이다. 재택수령 대상인 희귀질환자나 장기요양 수급자에는 주사제·생물의약품 등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을 쓰는 환자가 적지 않다. 배송 중 변질이 생기면 책임 소재가 약국·배송업자·제약사 사이에서 불분명해질 수 있다. 콜드체인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로서는 배송 채널을 염두에 둔 포장·유통 대응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IB토마토>에 "우리 약국의 경우 약배송을 하고 있지 않고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일부 병의원과 약국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마저도 섬·벽지 거주자나 희귀질환자 등 일부 환자만 배송을 받을 수 있어 일반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받고도 결국 약국을 직접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 보관 의약품은 배송 중 온도가 조금만 벗어나도 효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약국에서 환자 집까지 온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약국 영업 현장의 긴장감 역시 변수다. 약사회가 장외 투쟁과 입법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이 장기화하면 비대면 처방전 조제를 둘러싼 현장 마찰이 커질 수 있다. 약국 영업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이 비대면 관련 행보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약사회가 정부와 맞서는 상황에서 제약사가 비대면 진료나 약 배송에 우호적인 신호를 주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약국 영업 비중이 큰 회사일수록 당분간은 정부와 약사회의 논의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IB토마토>에 "약 배송이 확대될지, 확대된다면 언제 어떤 품목까지인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보니 업계가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가 발표만 할 게 아니라 입법 일정과 품질 기준을 함께 제시해야 업계도 대응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