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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시간 연장 한 달)②"노동강도 부담 늘어날 것" vs. "글로벌시장에 한발 더 다가서"
[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자 시행 전부터 반대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노동계의 반발은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거래 확대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노동강도만 가중됐다며 실태조사에 착수, 이달말 조사를 마무리하고 내달 초 그 결과를 토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재차 낼 예정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22일부터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오는 26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인 ‘서베이 몽키’ 툴을 통해 조사를 진행해 내달 초께 결과 발표와 함께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전체 증권업종 본부에 14개 증권사 노동조합이 있는데, 오는 26일까지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노동강도 실태조사를 끝낼 것”이라며 “현재 1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본사 관리, 본사 영업, 지점 관리, 지점 영업 등 4개 직군을 토대로 해서 어느 부서의 노동 강도가 강화됐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또 장 종료 이후 영업에 나서는 증권노동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노동시간 강화로 인해서 시간외 노동, 다시 말해 ‘공짜 노동’이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도 진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임단협이 안 된 이상 통계가 나오면 시간외 수당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장에서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김 국장은 “현장단위에서는 기존의 경우 증권사 각 지점마다 오후 3시 장 종료 후 은행 마감시간인 오후 4시까지 1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현금정산과 은행 입금이 순조로웠는데, 이제는 20여분간 현금정산을 하고 남은 10여분 동안 주거래은행에 달려가야 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산을 먼저 해놓고 나머지 금액들은 오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서 추가정정하는 등의 형태로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면 주식을 사는 선택권의 여지를 조금 넓혀줬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익숙해지기 때문에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거래소가 주장하는 시장 위축, 휴가 등의 변수로 인해 초기 효과가 경감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볼륨에서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늘어난 시간에 비례해 거래량 등이 증가할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보다 시장과 투자자 보호를 진전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거래시간을 연장한 해외의 경우를 봐도 중장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은 지난 2010~2011년 55~90분 거래시간을 연정한 결과, 첫 달은 거래대금이 전월 대비 평균 34% 증가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 
 
거래소 측은 아직 판단하기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시행 전 예상했던 것에 비해 첫 달 효과가 미미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시행한 거래시간 연장인 만큼 해당 시스템 변화가 시장에 적응될 때까지 조금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휴가기간과 겹치는 등 지금 단계에서 ‘거래시간 연장효과가 있다 없다’라고 평가하기 힘들다”며 “어느 단계에서 평가해야 될 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달 24일까지 집계한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5조6931억원) 대비 32.3% 감소한 상황이다.  
 
그는 이어 “꼭 거래량과 거래대금 자체만을 놓고 이 제도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투자자 편의증진이라는 점과 더불어 글로벌시장에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증권거래소의 거래시간 현황을 살펴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6시간30분, 범유럽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는 8시간30분 등이다.   
 
이 본부장은 노동계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존 전체 거래시간(6시간) 중 30분 늘어났는데 이는 (시간상으로)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됐다고 해서 전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경우가 그렇게 높은 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거래소는 이번 거래시간 연장 시행과 관련해 노동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외시장(장 종료 후) 운영시간을 기존 오후 3시10분~오후 6시에서 오후 3시40분~오후 6시로 30분 단축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