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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한국판 '켄쇼' 출현 갈망한다
지난 2월 말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적 대결이 벌어지자 전세계는 마법에 홀린 듯 인공지능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자본시장, 자산관리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경제적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투자자 니즈가 맞물리면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월스트리트 골드만삭스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금융분석 프로그램 '켄쇼'는 직원들이 일주일 이상 매달린 분석을 순식간에 마무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시중 은행과 대형증권사들이 적극 검토하고 적용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끝나자마자 보이는 태도, 접근법을 보면 알 수 있다. 발맞춰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가 등장했고 이들은 은행, 증권사들과 제휴를 맺어가며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레 온라인자산관리 서비스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까지 실행케 한 것이다. 이어 금융당국의 관심도 불러왔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융상품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업계의 로보어드바이저 도입과 활성화, 온라인 자문업의 단계적 허용 방침을 밝혔다.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유효성과 안정성 테스트에 돌입했고 이달 하순 운영방안을 발표하고 설명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우선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대략 관리자산의 0.2% 정도, 연간 30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편리하기도 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스스로 진화도 한다. 사용기간과 사용자 수에 비례해서다. 고령화와 저성장,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화의 속도는 비약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률에 있어서도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최근 투자고수들과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머신러닝'인 로보어드바이저도 실수는 한다. 사람처럼 실수로부터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 머신러닝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부적합한 의사결정이 유도되거나 이해상충이 발생하고 자체오류 또는 해킹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어서다. 급격한 시스템 위험과 사람에 의한 서비스 공급 구축 등의 잠재적 위험도 가졌다. 한 업계 전문가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사람의 손에 의해 설계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분명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의나 악의가 없더라도 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새롭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봐야한다. 투자자들은 처음부터 깜짝 놀랄 결과에 기대를 걸테고 그 결과가 못 미치면 실망하고 차갑게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의 금융권 시스템 대부분이 그런 전철을 밟았던 터여서다. 현재의 자본시장의 조급함이 우려되는 이유다. 너무 성급히 달려들기보다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이 같은 인내가 필요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본시장에 위협이 아닌 기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업계, 투자자 모두의 노력으로 잠재위험 최소화에 보다 집중함이 절실하다. 따라올 로보어드바이저의 대중화, 한국판 켄쇼의 출현은 덤이다.
 
차현정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