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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세율에 '전전화 현상' 악순환 고리…합리적제도 마련 필수
전력요금은 수송부문 유류가격이 지난 1997년 자유화가 된 것과 상반되게 물가안정을 위해 오랫동안 낮은 가격으로 통제돼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유례없는 '탈석유 전전화(全電化)'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이 유류 등 1차 에너지 가격보다 낮게 지속되다보니,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모두 유류보다 전기에 대한 선호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다시 전력수요 급증을 불러와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요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류에는 기본관세와 할당관세 뿐만 아니라 교육세, 수입부과금, 품질검사수수료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휘발유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약 60%가 세금인 것이다. 반면 전기는 전력산업기반기금 3.7%와 부가가치세 10% 외에 과세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에너지보다 요금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전력 수급의 왜곡된 틀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전기에 세금을 추가 부과해 전력 소비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재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전력부문의 낮은 세금 비중과 에너지원별 형평성이 없는 과세체계로 에너지 상대가격과 소비구조 왜곡이 발생했다"며 "발전과 수송부문간 에너지 세제 스와핑을 통해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시키고 부문간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과도한 징벌적 성격의 전기요금 누진제를 대폭 완화시켜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1단계 요율은 93.3원으로 현행 누진제 상 1단계보다 올리고, 2단계와 3단계는 현행 3단계(201∼300kWh)와 4단계(301∼400kWh) 요율인 187.9원과 280.6원을 적용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누진제 개선안을 잠정 확정했다.
 
내년에 확정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정부가 향후 15년간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를 담는 종합계획으로 2년마다 작성된다. 전기사업법에서는 수급계획의 주요내용으로 기본방향, 장기전망, 설비계획, 수요관리 등을 명시하고 있고, 아울러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부합토록 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수급계획은 설비계획, 즉 특정설비를 정하는 과거 전원개발계획의 기능에 치중해 왔다.
 
이는 그동안은 '전력 수급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계획의 목적 및 기능으로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공급 문제 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에너지로 논의가 옮겨가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구체화됨에 따라 전력부문도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설비 뿐만 아니라 기존 설비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을 맞았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도 "OECD 국가 대부분은 전기요금에 대해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전력에 대한 과세는 최종소비물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소비세의 취지를 살릴 수 있고, 발전 연료 과세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전기요금 과세 역시 대대적인 에너지개편 체계 안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히 일반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송용 연료의 세율을 낮추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국민들이 납득할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향후 전기차 보급으로 수송용 전기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전기세율 개편과 직결돼있다. 정유업계는 지금처럼 전력에만 낮은 세율이 부과될 경우, 유류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용 수요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LPG업계 역시 연료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찬 외벽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