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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통령 선거의 의미, 적폐청산과 정의세우기
이번 대통령 선거를 한마디로 정의해보자. 다음은 종편이나 선거전문가들이 주로 하는 분류다. 이 중에 정답이 있을까. ①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결, ②민주당과 국민의 당의 대결, ③민주당 후보들의 대결, ④문재인과 반문재인의 대결. 종편, 선거전문가, 국회의원 대다수, 정치인들의 대다수들은 필사적으로 ④번이 정답이라고 외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현재의 한국을 지배하는 후보는 문재인이고 따라서 문재인 반대가 옳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 반문재인 전선은 정당, 정책을 뛰어넘고 심지어 후보도 뛰어넘는다.
 
그러나 이 모든 규정은 틀렸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본질은 적폐와 적폐청산의 대결이고 불의와 정의의 대립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정농단 사태로 확인된 적폐와 불공정, 불평등을 쓸어버리는 선거가 이번 대통령 선거다. 차기 대통령은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를 세우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반문재인 전선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근본 이유다. 정작 반대해야 할 것은 박근혜 일당과 적폐인데 오히려 이와 관련없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일종의 게임이다. 따라서 선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대결과 투쟁의 요소가 부각된다. 결국 누구와 누구의 대결인가로 좁혀지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도 이에 맞추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 보면 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볼 수 없다. 이때는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왜 조기대선, 비상 대통령 선거인가. 박근혜가 탄핵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탄핵된 것은 박근혜 일당이 단군 이래 최대의 부정부패, 국정농단 사태를 벌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박근혜 일당의 부정부패, 국정농단에 대해 극도로 분노했다. 16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박근혜의 탄핵을 포함하여 박근혜 일당의 처벌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초래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분노가 더해졌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IMF 이후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불평등, 불공정은 분노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시민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박근혜 일당을 처벌하여 정의를 세우는 것, 그리고 박근혜로 대표되는 한국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이 요구가 거리로 나오자 정치인들은 박근혜를 탄핵 소추했다. 검찰은 박근혜 일당을 수사했다. 특검이 구성되었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특검은 성역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박근혜를 탄핵했다.
 
시민들의 힘이 모여지자 불의는 응징되기 시작했고 적폐 덩어리였던 권력기관은 바뀌기 시작했다. 특검은 끝났지만 검찰의 수사는 계속되고 있고 마침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박근혜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재판이 남아있지만 시민들의 적폐청산, 정의세우기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아직 시민들의 요구가 아직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벌의 뇌물 사건도 남아 있고 우병우의 직권남용 혐의도 남아 있다.
 
이번 대선은 시민들의 적폐청산, 정의세우기의 요구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이것이 이번 대선의 성격을 규정한다. 정의세우기, 적폐청산이 시대적 요청인 이상 이 요청에 충실한 사람이 대통령 선거를 주도할 것이고 또 대통령이 될 것이다. 후보자들의 정책과 토론 역시 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의롭게 깨끗한 대한민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적폐청산, 정의세우기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어야 가능하다. 특권과 반칙, 불공정과 불평등이 판치는 국가와 사회 모든 분야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만 순서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적폐청산, 정의세우기를 너무 확대하면 곤란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 순간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국가권력기관과 재벌이다. 구체적으로는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이고 재벌개혁이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사태도 이들 권력기관과 재벌에서 시작된 것이다. 권력기관과 재벌은 현 시기의 주요 모순이다. 이 문제만 해결하면 적폐청산과 정의세우기의 단초를 잡을 수 있다. 다른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은 한국사회 개혁의 출발점인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다. 손쉽게 협상하고 타협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공권력개혁, 재벌개혁을 잘 할 철학, 정책, 로드맵, 인재를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촛불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중대한 지렛대로 대통령 선거가 있는 것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