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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뇌전증 편견 벗기(2) - 간질·경련은 장애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뇌전증에 대한 편견은 매우 뿌리가 깊다. 소아간질 진료 중 필수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는 정보중 하나는 가족력이다. 보호자에게 뇌전증의 가족력을 물을 경우 있다고 즉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확히 말하자면 드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다. 아이에게 심한 장애를 유전으로 물려줬다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서 아내는 남편을 속이고 남편은 아내를 속인다. 치료가 잘 진행돼 필자에게 신뢰가 생기면 부부동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아주 은밀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실은 제가 놀래서 어릴 적 몇 번 경기를 했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요.” 이어 “아이가 유전이라서 문제가 되면 어쩌죠?”라고 불안해하며 되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오히려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다. 유전적인 경향이 있는 뇌전증은 소아간질에서 자연호전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응원의 말을 전한다. “부모님 중에 어릴 적 경련이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부모님이 좋아져 지금 완치가 되었듯이 아이도 완치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이해 하세요”라고.
 
‘병신 지랄한다’라는 말이 있다. 간질을 지칭하는 전통적인 병명이 '지랄병'이다. '지랄'이란 경련의 모양을 빗댄 표현이다. 간질 발작인 지랄을 하는 사람을 병신으로 인식한 것이다. ‘병신’이란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간질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이처럼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경련을 반복한다는 이해에 따른 것이다.
 
뇌전증은 뇌신경의 이상 작동으로 발생하지만 이상 동작이나 이상 작동이 지속되는 장애는 아니다. 일시적 방전 현상이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감기가 스쳐지나가는 증상이듯이 경련도 스쳐지나가는 증상에 불과하다. 아주 짧은 시점의 경련을 제외한다면 뇌전증 환자는 정상적인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냥 정상인일 뿐이다.
 
복숭아 먹고 두드러기 나는 것을 두고 장애라 하지 않는다. 두드러기는 가라앉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복숭아를 피하고 두드러기 발생을 조심하면 그만이다. 경련도 마찬가지다. 경련이 멈추면 끝이다. 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 작동한다. 복숭아를 피하듯 경련의 유발요인을 잘 알고 피하면 발생율도 상당히 줄어든다.
 
소아들의 음식물 알러지 중 상당수가 성장 중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듯 소아뇌전증도 성장과정에서 자연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나 환자나 뇌전증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다. 경련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의료기관은 피해야 한다. 부모의 경련공포증을 해소시키는 진료를 하는 곳이 좋은 의료기관이다. 필자는 진료의 마지막에 항시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의 아이는 환자가 아닙니다. 머릿속이 예민해서 잠시 성질을 내는 겁니다. 치료하면 무난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 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