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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권도 보장받길"…NPO 활동가의 고민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비영리단체가 활동가를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잖아요. 나가려고 할 때부터 갑자기 소중해지지.”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공센) 활동가가 농담을 던지자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서울시가 비영리단체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한 설명회는 단체들의 고민을 나누는 공론장이 됐다.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 NPO지원센터는 23일 오후 ‘변화를 만드는 지원’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단순히 비영리단체(NPO)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사업에서 벗어나, 단체들의 혁신 활동·실험을 지원하려는 사업이다.
 
객석에 앉은 100여명은 대부분 NPO에 소속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설명회에서 나온 농담에 웃어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보였으나, 2차례 있었던 질의응답 시간에는 익명 온라인 질문만 전송할 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정도로 고민이 깊어보였다.
 
이날 주제 중 하나는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내부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정공센 관계자가 '활동가 노동에 대한 원칙'을 1년에 걸쳐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정공센은 활동가의 평균 근속 기간이 5.75년으로 다른 단체에 비해 형편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명문화된 규정이 아닌 '텔레파시'에 의존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이들은 우선 텔레그램방을 만들었다. 구성원 모두를 초대했고, 조직 변화를 도와주는 외부단체 '알트랩'까지 끌어들였다. 모두가 동일하게 정보를 나누기 때문에 논의는 수평적이었고 정보 전달자를 따로 둘 필요가 없었다. 문구에 '협약'을 넣을지 '협의'를 넣을지 논쟁할 정도로, 모든 사항이 논의 대상이었다. 정관·내규 읽어보는 시간도 중요했다. 만들어진 지 10년 정도밖에 안된 단체인데도 존재 이유를 모르는 조항이 수두룩해 노동인권에 맞게 고쳐야 했다.
 
최저임금 내지 적정한 월급을 규정하는 문제도 예민했다. 비영리단체는 재정상태 때문에 망할 위기를 자주 넘기는데 무작정 임금 보장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 보장 원칙은 조항에 넣되, 조항 하부에 있는 세부가이드에 재정상황 공유 및 대책 논의를 넣었다. 그냥 월급 못 줘서 미안하다고 한마디 던지는 게 아니라, 재정 상황을 내부 구성원에게 명확히 알리고 월급 지급 여부 등을 논의하자고 명시한 것이다.
 
청중 중에는 규정 수립할 때 시간이 모자라면 야근을 해도 되는지 물은 사람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알트랩 관계자는 "조직은 기계가 아니다. '노동인권 규정을 만들려는 단체가 야근하면 안된다'는 흑백논리는 필요없다"며 "구성원이 모두 동의하면 저녁에 시간을 내는 것도 좋다"고 답변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변화를 만드는 지원’ 설명회에서 센터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