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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문제, 시스템부터 정비하자)①'괴담'에 휘둘리는 여론…심사시스템도 '수준미달'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최근 무사증제도를 거쳐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대거 난민을 신청하면서 난민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여론은 이들이 조국을 등질 만큼 생사기로에 놓인 '진짜 난민'인지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한 '가짜 난민'인지를 두고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난민협약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공정한 절차를 거쳐 난민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난민 신청자를 관리할 법체계와 심사 시스템은 초보적 수준으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난민 문제는 특히 인권 이슈와 맞물려 소송으로 비화되는 예가 적지 않다. '뜨거운 감자'인 난민 문제의 실태와 구제방안을 법제도 정비와 소송구제 측면에서 짚어봤다.(편집자)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찬성·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 인근에서 각각 난민 수용 반대,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 난민 사태'로 촉발된 국내 ‘반 난민 정서’가 심상치 않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의견은 53.4%, 찬성은 37.4%다.
 
여론형성 과정에서 난민을 둘러싼 '괴담'이나 '가짜뉴스'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금도 떠돌고 있는, ‘난민이 늘어나면 강력 범죄가 늘어난다’, ‘예멘 난민 중 남성이 많아 여성 범죄나 치안에 문제가 있다’, ‘정부가 월 13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따위의 것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런 괴담이나 가짜뉴스는 주로 SNS나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생산·배포되는데 수도권과 부산·경남 등 대도시에 사는 국민들의 반대가 절반을 훨씬 웃돌고, 50대에서 찬성과 반대가 거의 비슷한 반면, SNS와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20대(찬성 21.8% 대 반대 66.0%)에서 반대 입장이 찬성보다 3배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제주난민인권범도민위원회의 신강협 언론팀장은 "현재 난민 반대 목소리는 이슬람 문화를 적대시하는 '가짜 뉴스' 같은 그릇된 정보를 기반으로 난민을 전쟁 테러 등과 연결지어 국민의 불안감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난민 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난민이 오면 심사할 의무가 있는 난민협약 가입국인데 무조건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직접 난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미안한 느낌이다. 난민 제도 자체를 악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민 문제에 대해 철저한 개인별 심사를 거쳐 판단할 문제라고 조언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난민 유입으로 일자리나 안전 문제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주민 목소리는 다양하게 표출돼야 하지만, 지금의 반대 논리는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는 등의 성급한 일반화로 논리적 비약을 하고 있다"며 "찬성 측도 반대 측의 우려를 인종주의로 모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난민을 받을 때 조심하자는 생각은 이들을 수용할 때 기본 전제"라며 "난민 문제는 국가가 개인별·사안별로 접근해 철저한 심사를 거쳐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951년 만들어진 국제난민협약에 따르더라도, 국내에 들어와 구제를 신청하는 모든 난민을 국가가 수용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진정 보호가 필요한 난민을 가려내고 수용할 시스템을 갖춰야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내에 입국한 난민들은 두 단계의 심사와 이의신청, 소송을 통해 난민 지위가 인정된다. 먼저 법무부에 난민을 신청해 난민 지위 확인을 요청한다. 법무부 심사는 신청(1차 심사)·이의신청(2차 심사) 두 단계로 나뉘고, 이때 신청자들은 법무부와 면담 절차를 거친다. 신청단계에서 불인정 통지를 받으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기각 통지를 받으면 법무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한다. 3심제인 사법부 소송까지 합쳐 심사만 5단계에 달한다.
 
 
 
법무부의 '난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신청자는 9942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2016년(7541명)·2015년(5711명)보다 크게 늘었고 2014년(2896명)과 비교해선 3배가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외국인은 고작 121명이었다. 전체 대비 1.21%에 불과한 수치다.
 
이처럼 난민 신청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국가 시스템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신청자들은 구제 신청 후 평균 7개월을 기다려 1차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심사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난민심사 담당 공무원은 2015년(8명)·2016년(32명)보다 늘었으나 전국 통틀어 37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긴 심사 기간을 악용해 취업·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가짜 난민'이 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시스템으로는 일단 입국해 난민을 신청하면 법무부 심사와 소송을 걸쳐 2~3년이 소요되는데,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심사 기간만큼 국내에 거주할 수 있어 체류를 위한 '시간 끌기'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남용되는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진짜 난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도 "심사를 거치지도 않은 제주의 예멘인 모두를 싸잡아 가짜라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며 "'가짜 난민'이라는 표현도 정치·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인권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달 향후 난민심판원을 설치해 현행 5단계인 난민심사 단계를 3~4단계로 단축하고 신속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족한 난민 심사관을 늘려 대기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보호가 필요한 난민은 신속하게 보호하고 남용 신청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세진 변호사는 난민심판원 설립이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법무부 산하에서 독립되지 않으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필규 변호사도 "심판원은 당연히 독립기구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난민지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법원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언어 문제를 도와줄 통역관만 봐도 서울행정법원에는 정식 상주통역관이 1명 뿐이고 자원봉사자 비상주 통역관도 20여명에 불과하다. 난민 신청자들이 겪은 박해에 대한 진술 등을 심도 있게 통역·심사하는 업무의 중요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통역관은 "언어 문제로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상황에 따라 영어를 거의 못하는 난민 신청자와 영어 재판을 진행해야 할 때가 있는데, 난민 신청자가 본인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기가 힘들고 내용 파악과 전달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며 "통역 준비를 위한 자료 역시 매우 제한적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