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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신용회복 골든타임 놓치기 전에, 놓쳤어도 신속 구제"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가계대출이 1500조원를 넘어서고 대출규제 정책은 지속되면서 금융취약계층의 대출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저신용·저소득층은 연체 중이거나 연체 기록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1·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꺼린다. 이들은 결국 천문학적인 금리와 불법 추심이 난무한 사금융 시장으로 빠져든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가기 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불법 사금융에 빠졌어도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 2016년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서민금융 총괄기구로 출범했으며, 제도권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이계문 원장을 만나 서민금융 지원기관의 역할과 앞으로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서민금융진흥원
 
지난해 10월 취임식을 생략하고 현장 방문으로 대체했던 기억이 난다.
 
기획재정부 사무관 시절부터 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책을 기획했던 경험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현장에서 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드릴 수 있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전국 47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 15곳을 방문했고, 10개 전통시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고금리 대출로 힘겨운 상황에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시는 국밥집 사장님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그들과 직접 상담하는 과정에서 아픔과 처지에 공감하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전국 47개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있다.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현장에서 직접 상담한 분마다 여전히 '진작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알았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연체 후 채무조정제도를 신청하기까지 평균 41개월 정도 소요된다. 연체 이후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야 우리를 찾아온다. 그 사이 그분들은 엄청난 추심에 시달린다. 연체 2~3달만 지나도 차압이 들어오고 휴대전화 개설도 안 되는 등 고통을 받는다. 상환의지가 있어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있는지 몰라 골든타임을 놓치고 오랜시간 고통 받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이용대상이 모른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 방문으로 얻은 성과가 있는가.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기존 자동응답시스템(ARS) 연결방식에서 상담사 직접 연결방식으로 개편했다. 내용이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제공 동의는 상담사가 직접 육성으로 안내하는 대신 휴대폰 장문문자(LMS)로 고지하고 소비자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상담 해보니 30분 상담시간 중 서류작성에만 15분 이상 소요됐다. 나이가 많아 글을 잘 못 읽거나 못 쓰는 분도 많은데 서류 작성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더라.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을 위해서는 통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고령층의 경우 센터 직원이 대신 신청서를 대신 작성하고 상담자는 디지털화 된 내용을 확인만 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려고 한다.
 
지하철 시청역 안내방송에서 '서민금융진흥원' 이름이 나오더라.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알리는 데 역점을 두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영상 공모전이나 외부 영상공모전을 실시해 수상작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용자 사례를 활용한 웹 드라마 10편을 제작해 홍보하고 있고, 국민과의 온라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직원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대학생 서포터즈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개월 간 맞춤대출서비스 지원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9.1% 증가하는 등 가시적 성과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을 통해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만나고, 고객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CI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심의 지역 밀착형 협업체계를 기반으로 유관기관과의 공동홍보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에서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민금융진흥원
 
지난해 서민금융의 실적과 올해 정책 방향은 어떤가.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정책자금을 통한 서민금융 지원 실적은 지난해 33만1000명에게 3조5000억원의 대출이 나갔다. 은행권 자체자금으로 공급하는 새희망홀씨 대출 25만3000명(3조7000억원)을 합하면 58만4000명에게 7조2000억원 수준의 대출 지원을 했다. 서민금융 지원대상이 1470만명에 달한다. 정책서민금융이 끌어안아야 할 서민·취약계층은 여전히 많다. 올해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지난해 말 발표한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안'의 세부 시행방안들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대학생 등 청년, 수형자, 자활근로중인 수급자 등 다양한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금융교육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려고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YWCA연합회, 한국장학재단, 중앙자활센터, 범죄예방정책국, 교정본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하는 사례도 있는가.
 
진흥원 및 신복위에서도 AI전문가 특강을 통해 디지털화 필요성에 대한 내부 공감대를 이뤘다. 이후에 TF 구성해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서비스 향상과 업무 효율화를 전사적으로 추진 중이다. 고객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홈페이지 메뉴와 디자인 개편, 통합 모바일 앱 개발 등을 진행중이다. 터치스크린 방식 도입하고 각종 서식 전자화 해 '종이없는 창구'를 구축하고, AI기반 챗봇을 활용한 24시간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올해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서민금융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우려가 많다.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에서 5년간 1750억원씩 지원되는데 내년에 끝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또 은행 휴면예금과 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의 정책서민금융 재원구조는 한시적이고 불안정적이다. 현재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시장실패로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 지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시장실패에 따른 사회적 책임 분담 측면에서 은행 등 전금융사의 출연이 이뤄져야 하고, 재정지원 규모도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
 
결국 민간금융기관과의 협의점을 찾아야 할텐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3만명에 이르는 8등급 이하 신용등급자들은 연체중이거나 신용불량 등으로 등록된 사람의 비율이 72%에 이른다. 부실 우려가 높아 저축은행에서 조차도 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 민간시장에서 대출이 배제되는 저신용 취약계층은 민간시장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다. 민간시장의 실패를 보완해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 정책서민금융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민간 금융사 입장에서도 출연을 하는 경우 진흥원으로부터 보증을 제공받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책임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또 서민금융은 일회성 복지와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1조원이라도 복지는 한번 지원하고 나면 끝이다. 매년 그만큼의 예산을 다시 투입해야 한다. 반면 정책금융은 1조원이 있다고 하면 실제 운용하는 자금은 6조~8조원에 이른다.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다. 또 지원액 중 회수액을 다른 채무자에게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서민금융 정책 확대에서 단골로 나오는 지적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채무조정을 신청하시는 분들의 평균 채무액은 3000만원인데 반해, 이들이 채무를 연체하면 겪게 되는 추심이나 차압의 고통은 극심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모럴 해저드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스스로 해결하려다가 제때 채무조정을 이용하지 못해 감당할 수 없는 장기연체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1대1 상담을 하며 만났던 분들은 하나같이 본인의 채무를 끝까지 책임지고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신 성실한 분들이었다.
 
채무조정 지원뿐만 아니라 재기지원까지 이뤄져야 한다. 진흥원 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은지.
 
서민금융 지원 후에도 주기적이고 전문적인 상담 등을 통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재기·자활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아가, 사전 금융교육을 통해 서민들이 재무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만으로는 이러한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 유관기관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전 금융교육부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한 맞춤형 지원, 신용상담·컨설팅 등 사후관리에 이르는 서민금융 PB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서민금융 지원 후에도 재기 및 자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같은 외부기관과 협업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실시하려고 한다. 특히, 자활센터 같은 지역 서민금융 유관기관과 연계해 고객이 한 곳만 방문해도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센터 중심의 지역밀착형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