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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IB에 부는 스튜어드십 순풍…남은 과제는?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1일 10: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투자은행(IB) 업계에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본격 참여, 금융위 제도점검 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가산점 획득을 위해 참여 의향만 밝히고 실제로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0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투자기관 수는 109개에 이른다. 자산운용사 39개, PEF운용사 35개, 기타 회사 18개 등이다.
 
게다가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식 대량보유 보고제도인 이른바 ‘5%룰’ 개정을 예고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5%룰 개정의 골자는 주주활동 중 경영참여-비경영참여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배당관련 활동 ▲사전 고지된 원칙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정관변경 ▲임원 선·해임 등을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으로 명시한 후, 이를 위한 지분취득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10일 내 약식보고로 규정했다.
 
즉, 적극적인 주주 활동이더라도 명시된 경영권 참여에 해당되지 않으면 기업 지분 5% 이상을 취득할 경우에도 약식보고만 하면 된다.
 
지난 9월 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 대량보유 보고제도 개선방안. 출처/금융위원회
 
이전에는 경영-비경영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따라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경영권 참여로 분류되면 상세한 공시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운용전략 등을 노출할 수 있게 되므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득보다 실을 더욱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스튜어드십 코드, 장기 수익률 확대 가능”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기관투자자 등 자산수탁자가 자산운용에 있어서 한 집안의 총무를 맡아보는 집사(steward)처럼 ‘주인의식’을 지녀야 하며, 이를 위해 투자자는 투자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침을 의미한다. 의무가 아닌, 수탁자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배당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배당이 늘어나면 주주의 몫은 그만큼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은 현대차(005380)의순현금자산 규모가 경쟁사 대비 4조~6조원 이상 많다고 지적하면서 배당 확대 요구를 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ESG 투자와 맥을 같이 한다. ESG 투자는 투자단계에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다. 즉, 투자의사결정 단계에서 기업의 기후변화·탄소배출, 성차별·노동자 인권, 이사회·감사위원회 구성 등의 개선 정도를 깊이 있게 고려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주인의식’은 곧 수익성 제고다. 즉, ESG 투자는 ESG 반영이 장기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ESG를 경영 프로세스에 반영했을 때 기업가치가 더욱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도입은 기업의 환경문제, 인권문제, 지배구조 등 제반 리스크를 통제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기업가치가 상승과 더불어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주효하다”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 도입 연한이 세계적으로 봐도 채 10년이 못되므로, ESG 도입과 수익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편이다. 다만, ESG가 곧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들이 최근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구결과 등을 간단히 종합하면 ESG 도입이 장기수익률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반반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반반이므로 ESG의 긍정적 예상 효과 등을 고려하면 도입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인식으로 귀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SG 중 지배구조(G) 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총자산 대비 순현금성자산(현금성자산-차입부채) 비중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ESG 등급과 배당 및 투자비용 지출 사이에 상관성이 있다는 의미다. 투자비용 지출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68개 기업 중 ESG 등급 B 이하 기업의 19.1%가 총자산의 20% 이상을 순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B+ 이상 기업 중 20% 이상 보유한 회사는 전체의 4.7%에 불과했다.
 
지배구조 등급에 따른 총자산 대비 순현금성 자산 비중 분포. 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경영진이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기대수익이 자본비용이 미달하는 투자를 집행하는 등 비효율적인 자본배분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작은 규모의 기업은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예비적 동기에 의한 현금 축적을 할 수 있고, 그 영향으로 현금성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될 수도 있다”라며 “다만, 작은 회사는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지배구조 평가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첩적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코드 도입 활성화를 위한 가점제, “관리 필요하지만... ”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국책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가산점이다.
 
범정부적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움직임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약속한 펀드 위탁운용사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행 기관에 2점, 이행 예정기관에 1점이 부여된다.
 
국민연금도 올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위탁운용사에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최종안은 9월 중 발표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기관이 위탁운용사 선정 가산점을 받기 위해 일단 도입 하고, 이후 코드 관련 행동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선제 도입된 산업은행 가점제를 근거로 든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예정으로 등록된 위탁운용사는 현재 약 30개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참여 후속 절차를 1년 이상 밟지 않은 기관도 있다. 그 이상 참여가 늦어지고 있는 9개 기관은 참여지연기관으로 분류됐다. 지배구조원은 현재 관련 리스트를 재정리 중이다.
 
등록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관련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최초 참여예정 기관으로 등록되고, 이후 서면 등으로 7개 원칙별 이행 방안 등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면 참여기관으로 분류된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 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위탁운용사 선정 당시 코드 참여 예정기관에도 가산점을 줬다”라며 “이와 관련해 기관들이 가산점을 받기 위해 예정기관으로만 등록하고 이후 제반 절차를 밟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선례 등을 참조해 도입 예정기관이 아닌 실제 도입한 기관에만 가산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다만, 감독까지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관계자는 “의결권 위임 관련 제반 이행 내용을 살펴보기는 하겠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탁자로서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나서서 점검하는 것은 의무도 권한도 아닌 것 같다”라며 “위탁운용 기관이 100개가 넘기 때문에 실제 점검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즉, 원칙 이행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없기 때문에 가산점 획득을 위한 편법 도입을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적 도입이 원칙이므로 감독까지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감독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어불성설일 수 있다”라며 “다만, 자금 주인이 수탁자의 코드 이행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자율적 도입에 대해 관의 과도한 개입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충돌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움직이므로 자율적으로 이행하는 코드 참여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는 위탁을 맡긴 기관이 맡아서 하는 것이 옳다“면서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한 감독 업무를 하다 보면 일부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겹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장기 수익률 제고 위한 시간 필요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가능 배경이 장기수익률 확대에서 비롯된 만큼, 도입 효과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지난 4일 금투협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며 “최소 10년의 시간지평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국민연금도 장기투자자로서의 책임과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9월 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호 기자
 
그 외의 건설적인 지적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국내는 환경(E)이나 사회문제(S)보다는, 아직 지배구조(G) 개선 차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 기업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배구조”라며 “도입 단계이므로 당면 과제부터 해결하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라고 말했다.
 
본질적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월스트리트 룰’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다. 월스트리트 룰은 기관투자자가 기업 경영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을 팔아치우면 된다는 내용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5% 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하기 때문에 현실적 측면에서 엑시트가 어려울 수 있다”라며 “게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ESG 관련 특정 문제만 해결되면 좋을 경우 구태여 팔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