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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n번방 방지법, 실효성 담보돼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 마련에 20대 국회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인터넷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방지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담기 위해 6일 국회 법안소위가 열렸다. 국회는 이어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여는 등 논의 속도를 붙여 20대 국회에서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데이터의 양은 날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가운데 n번방 사건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도 속출하는 중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처벌해달라는 국회 국민청원 1호가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던 만큼, 국회에서도 상황을 엄중히 여기며 법안 최종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사안에 빠르게 대처하려 한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조급하면 실수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대다수가 동의할 법한 법안 내용을 중심으로 큰 궤는 빠르게 그리되, 법안에 담길 구체적 내용은 실효성을 따져가며 차분히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
 
앞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골자다. 이 중 성폭력범죄 처벌법 개정안의 경우를 보면,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하거나 구입하거나 저장하거나 또는 시청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촬영이나 협박 등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공유만 해도 처벌 받게 된 것인데, 이같은 내용은 처리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법안을 일찍 손봤다면 적어도 n번방 사건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구색을 갖췄으니 다행인 셈이다.
 
다만 이후 n번방 방지법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법안에 대해서는 실효성 문제가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터넷 업계를 대상으로 한 이 법안에는 여러가지 쟁점이 남겨져 있다. 가령 부가통신사업자들 전체가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인데, 현실적으로 볼 때 폭발적으로 유통되는 데이터를 사업자가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유통되는 데이터를 확인할 권한이 사업자에게 없기도 하다. 만약 이를 허용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사업자 입장에선 법 준수가 '미션 임파서블'인 셈이다. 정작 n번방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 같은 외국 기업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의 힘은 점점 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통과 더불어 검열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는 엄벌에 처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조치는 강화하면서도 업계에는 실제로 준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가 아닐까 싶다. 또한 범죄에 악용된 데이터의 경우엔 국내 기업, 외국계 기업을 막론하고 수사에 공조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안 마련이 필요한 때다. 법안이 구체적 실효성을 띠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조금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은 기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