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후발주자 맹추격…배터리 업계 판도 바뀔까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전기차 배터리가 미래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에 뛰어드는 후발주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도 배터리를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서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되는 양상도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공룡' 테슬라는 2022년 이후 배터리를 직접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배터리셀 공급처들이 속도를 최대한 낸다고 해도 2022년부터는 우리가 스스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유의미한 수준의 (배터리)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가 당장 배터리 내재화를 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춘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하긴 했지만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LG화학, CATL, 파나소닉과의 관계를 당분간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테슬라 등 배터리 후발주자들이 등장하며 업계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뉴시스
 
그동안 배터리 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았던 자동차 기업들도 자체 배터리 개발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함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노스볼트는 BMW와도 최근 20억유로(한화 2조7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한·중·일이 장악한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 다임러도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선언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관심이 없었던 화학 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세계 최대 화학사인 바스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전해질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에너지 업체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는 독일 자동차 기업 오펠과 함께 배터리 셀 양산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경쟁자가 많아지며 배터리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배터리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동차 기업들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공급사를 여러 기업에 분산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실제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오랜 협업 관계를 유지했지만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LG화학, CATL과 파이를 나눠야 했다. 그 결과 세계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올 상반기엔 3위로 주저앉게 됐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앞으로도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 후발주자들의 등장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시장 흐름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기초 경쟁력 강화 및 성장 동력 점검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