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7세대(HBM4E) 제품을 전시했다. (사진=이명신 기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일부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는 차세대 AI 반도체에 탑재할 HBM의 적층 단수나 용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울트라’에 12단 HBM4E(7세대)뿐 아니라 8단 HBM4E, 12단 HBM4(6세대), 8단 HBM4까지 평가 중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일부 CSP도 차세대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의 HBM 탑재 용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트렌드포스는 2027년 출하량 기준 8단 HBM이 주류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HBM 비트 출하량이 내년 50~60% 증가해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8단 제품은 12단 제품 대비 스택당 필요한 D램 다이가 적어 제한된 생산능력으로 더 많은 HBM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적층 단수를 낮추면 스택당 HBM 용량은 줄어들지만,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엔비디아가 12단 대신 8단 HBM4 파생 제품을 채택하면 대역폭을 유지하면서 HBM 큐브 공급량을 1.5배 늘리고 발열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사들은 AI 가속기와 자체 칩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부터 I/O(입출력 단자) 수가 2배로 늘어나면서 발열량이 늘어나다 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 8단 제품 채용 논의도 나오고 있다”며 “다만 12단 이상 제품의 논의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제품의 선택 폭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TSMC OIP 컨퍼런스에서 소개한 HBM 라인업. (사진=SK하이닉스)
업계의 고단층 HBM 개발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AI 모델 대형화와 KV캐시 증가로 HBM 용량 확대 수요도 높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HBM4E 제품군을 최대 16단·64기가바이트(GB)까지 확대하는 한편, 16단 이상 차세대 HBM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CB)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열압착 방식보다 열저항을 20% 이상 낮출 수 있어 고단 적층에 따른 발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48GB 16단 HBM을 개발하고 고단층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존 어드밴스드 MR-MUF 기술로 16단까지 대응하는 동시에 향후 20·24단 제품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HBM 시장은 공급 효율을 높인 8단과 대용량을 구현하는 12·16단 이상이 용도에 따라 병존하는 구조로 세분화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저단층으로 공급량과 고객 선택지를 넓히면서 고단층 기술 경쟁을 이어가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16단, 20단 등 고단층 제품은 수율 확보와 발열 제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해 수급과 가격 측면에서 고객사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고객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8단 제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고단층 제품에 대한 기술 개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