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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증권사 매입확약점검)③한국투자증권, 깜짝실적에도 지방 부동산 PF '고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16: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27조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채무보증 잔액은 21조8600억원으로 연체율은 1분기 10.38%에서 15.8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업권 중 가장 빠른 증가속도를 보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대출 상환에 실패 시 확약을 맺은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하게 돼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사 별 국내외 부동산 매입확약 현황과 확약을 맺은 부동산 현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여전히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매입확약 건수는 사모채 인수확약과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포함해 총 1조 2924억원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은 지방 아파트 분양 건으로 나타났다.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실적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1690억원, 영업이익은 22.2% 늘어난 1596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누계로 보면 당기순이익은 4311억원, 영업이익은 4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63%, 6.64% 증가했다.
 
이 같은 깜짝실적은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IB) 등 주요 사업군에서의 사업 호조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2분기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사업부분별 영업수익에서 브로커리지 수익은 1033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13.5% 증가했다. 이어 IB부문은 IB 수수료가 전분기 대비 19.3% 증가하고, 기업여신 관련 이자수익이 45.9% 증가함에 따라 전분기 대비 5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부동산 관련 리스크는 여전히 한국투자증권에 부담이라는 평가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의 충당금 규모는 증권업계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10대 증권사가 차액결제거래(CFD)와 부동산 PF 관련 손실 등에 대비해 쌓은 합산 충당금 규모는 약 4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별도기준 신용손실충당금 989억원을 쌓아 1000억원 가량 충당금을 적립한 하나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분기 실적에서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와 IB부문에서 IPO 등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개선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라며 "다만 부동산 PF에서는 신규 딜 부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고, CFD 미수채권과 국내와 해외부동산 손실 등 약 1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점을 고려할 때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IB 확대 속 부담 늘어난 건전성 지표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강화와 함께 부동산 익스포저를 비롯한 위험 자산군의 증가가 이어져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023년 3월 말 기준 위험익스포저 규모는 약 23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저 비율은 304.6%로 양적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사업 개시 이후 기업대출과 우발부채 등 IB 관련 익스포저의 지속적인 증가 영향이다. 기업대출과 우발부채 잔액이 약 9조2000억원으로 이 중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는 4조1000억원을 기록해 전체에서 약 45%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우발부채는 대부분 지급보증과 매입확약 등 신용공여성 약정으로 구성됐다. 총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규모는 71.4%로 이중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총 2조7000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PF대출의 경우 주거시설 위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이내에서 주로 취급돼 일정 수준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브릿지론과 계약금 대출 등의 익스포저가 약 9500억원으로 자본 대비 브릿지론 부담이 증권사 Peer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이익창출능력이 우수하나 기업대출과 우발부채 등의 위험익스포저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라며 "본PF 전환가능성이 낮은 브릿지론에 대해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관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금리 부동산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브릿지론 관련 추가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불황 여전한 천안...공사는 시작도 못해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2분기 기준 사모사채 인수확약과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비롯한 지급보증 규모는 총 5조 8036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 1716억원 대비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돌아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건은 총 189건, 2조 3378억원 규모로 이 중 부동산 PF 지급보증은 149건에 1조 2924억원 규모다.
 
사업 지역별로 살펴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지급보증 건 중 서울 지역 사업 건은 총 10건 757억원 규모로 전체의 5.8%에 불과했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총 79건, 8487억원에 달해 전체 65.6%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한 부동산 사업자 중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는 곳은 충남 천안 지역으로 2024년 상반기 만기 건 중 천안 지역 사업장 지급보증 규모는 총 14건, 2270억원 규모다.
 
천안시 서북구 부대동 407번지 부지(위)와 성성동 34-4번지 부지 (사진=IB토마토)
 
한국투자증권의 천안 지역 매입확약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장은 '비욘드부대제일차'와 '비욘드부대제이차' 건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욘드부대제일차에 930억원, 비욘드부대제이차에 750억원 매입확약을 체결했다. 각각 천안시 서북구 부대동 407번지와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 34-4번지에 지어지는 공공주택 사업으로 만기는 모두 오는 2024년 4월29일, 시공은 모두 HDC현대산업개발(294870) (14,890원 ▼400원 -2.69%)이 맡는다.
 
앞서 천안 지역 부동산 시장은 지난 1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천안지역 부동산 현황에서 천안 지역 미분양 주택은 작년 2월 126가구에서 올해 2월 3774가구로 3648가구가 늘어났다.
 
아파트 거래 시세도 크게 떨어져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천안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월까지 1년간 8.39% 하락했고 실거래가에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기준 천안 대장주로 꼽히는 '천안불당지웰더샵' 전용 84㎡는 지난해 3월 8억6800만원(20층)에 거래됐다가 올해 3월에는 7억40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1년새 1억원 넘게 떨어졌다.
 
<IB토마토>에 취재에 따르면 비욘드부대제일차와 비욘드부대제이차 사업장은 미처 기본적인 지반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2캠퍼스 인근인 사업장 근처에는 수풀만이 우거져 있었다. 주소상 사업지는 간간이 옥수수가 자라는 텃밭이 있을 뿐 그 어떤 공사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어 현장에선 사업의 부진과 함께 천안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시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시의 허가 같은 행정적인 준비는 마쳤지만 일전 HDC현대가 광주에서 그 사고를 낸 이후 공사가 전면 보류된 것으로 안다"라며 "아직 광주 사고 건도 해결이 안 돼서 그런지 삽도 못 뜬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21년까지만 해도 갭투자 열풍으로 천안지역에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었지만 현재로서는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며 "물어본 지역 인근도 지금 아파트 공급이 수요보다 많이 쏟아져 꽤 많은 곳에서 최대 70% 밖에 분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방 사업장을 비롯한 투자지의 현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한편으로는 정책금융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