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DB·DC형, 계열사 비중 86%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23차 교섭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주식 15주+재래상품권 25만원 등 내용이 담겼는데요.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정년연장은 빠졌습니다.
정년연장은 현대차 노조가 가장 강조한 과제입니다. 교섭 전 현대차 노조 확대간부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년연장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뽑은 간부가 66.9%에 달했습니다. 현재 현대차 정년은 60세로 노조는 64세까지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노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인식 변화로 법이 개정될 경우 노사협의를 거쳐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정년연장 여부는 현대차증권 입장에서도 중요한 관심사항입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상당액이 계열사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투자증권(11조5602억원),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10조6313억원) 등이 10조원대 적립금으로 현대차증권을 뒤따르고 있으며,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5조4615억원), KB증권(5조412억원), 신한투자증권(4조5363억원),
대신증권(003540) (14,210원 ▲30원 +0.21%)(1조4400억원), 하나증권(1조1469억원), 하이투자증권(6598억원),
한화투자증권(003530) (3,195원 ▲35원 +1.10%)(4262억원),
신영증권(001720) (59,000원 ▼400원 -0.68%)(2059억원), 한국포스증권(1939억원),
유안타증권(003470) (2,650원 ▼10원 -0.38%)(1732억원) 등과는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입니다.
현대차증권 퇴직연금 DB, DC형 적립금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현대차증권의 확정급여형(DB형) 적립금 규모는 14조2141억원입니다. 전체 적립금에서 89.3%를 차지하죠. DB형 중 자사 계열사 적립금이 12조3853억원(87.1%)를 차지합니다. 확정기여형(DC형) 적립금도 2945억원 실적 중 51.2%인 1509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습니다.
계열사의 지원과는 무관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제외한 현대차증권의 DB형, DC형 적립금 합계액(14조5086억원)에서 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6.4%(12조5362억원)에 달합니다. 나머지 약 14% 중에도 그룹 계열사들에 납품하는 회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DB형과 DC형 상품을 모두 갖춘 하나증권(21.2%), KB증권(18.9%), 신한투자증권(18.1%), 삼성증권(9.5%), NH투자증권(6.8%), 신영증권(3.2%) 등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입니다.
현대차증권의 그룹 계열사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향후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정년퇴직할 경우의 충격도 클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퇴직금 지급액이 크게 증가해 적립금 규모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2023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엔, 현대차 전체 임직원 7만3431명 중 50세 이상이 3만2101명으로 43.7%를 차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기아는 54.7%(1만9610명)로 비중이 더 큽니다. 고연차 직원이 많은 상황이죠.
업계에 따르면, 향후 6~7년간 현대차에서만 매년 2500~3000명이 정년퇴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까지 정년퇴직자 수는 1800~1900명 수준이었으나 작년부터 2500명대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신규 채용도 계속 이뤄지겠지만 생산현장에서 로봇 등 첨단장비 도입이 늘고 있어 입사자에게 받는 퇴직연금 적립금보다는 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일시금과 퇴직연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정년연장 관련 사항은 기존과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이달 18일 조합원 투표를 진행합니다. 정년연장에 힘을 줬던 노조원들이 투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비계열사 영업 강화…계열사 비중 줄인다
최근 정부는 퇴직연금 계열사 비중이 높은 사업자를 점검했습니다. 계열사에 퇴직연금 실적을 몰아주는 관행을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는데요.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현대차증권과 삼성생명 등에 서면점검을 통보하고 개선안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고용부가 적립금 현황 자료를 요청해 제출했다"며 "(개선 방안으로)비계열사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운용관리 계열사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음을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증권은 앞으로도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고 비계열사 비중을 늘리는 체질 개선 작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3월 한관식 연금사업실장을 선임한 현대차증권은 DC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요. DC전담 파트, 아웃바운드(Outbound)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인력과 조직 확대로 비계열사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실제로 운용관리 기준 올해 6월말 계열사 비중은 처음으로 70%대로 떨어져 사업 초기인 2014년 87.9%보다 8.9%포인트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