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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점포 줄이고 임원 늘려…효율경영 무색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최근 3년간 증권사들의 점포는 줄었지만 임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증권사는 점포 감소가 아닌 거점 지역 대형화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런 흐름은 실적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소비자 편의는 뒷전이고 자기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0대 증권사 3년간 점포↓ 임원↑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순위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의 지난 6월말 기준 지점 수는 487개로 2020년 6월 558개에서 71개 감소했습니다. 영업소 역시 39개로 같은 기간 54개가 줄어들었죠.
 
지난 3년 간 증권사들의 실적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상반기 10대 증권사들의 합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조3772억원, 4조995억원인데요. 2020년 상반기 2조3159억원, 1조6626억원보다 132%, 147% 증가했습니다. 실적은 느는데 점포 수는 줄어든 것입니다.
 
10대 증권사 임원 수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런데 같은 기간 고액 연봉자인 임원 숫자는 늘었습니다. 10대 증권사의 총 임원 수는 583명으로 지난해 6월(534명) 대비 49명이 증가했습니다. 3년 전인 2020년 6월(482명)보다 101명이 늘어났네요.
 
임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신한투자증권으로 3년 간 34명이 늘어 현재 60명에 달합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은 26명이 늘어 133명의 임원이 근무 중입니다.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100명이 넘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계속 실적이 좋았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원 숫자가 늘어난 결과 보수총액도 함께 불어났습니다. 10대 증권사 임원의 급여는 2020년 1366억원에서 2021년 1914억원으로 40%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엔 1799억원이어서 작년보다는 6% 줄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32% 늘어난 수치입니다. 상반기 기준 올해 임원 급여는 788억원으로 전년 동기(740억원) 대비 7%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선 실적이 늘어도 점포 수는 줄이면서 임원만 늘린 증권사 경영진들의 행태를 두고 갑론을박 중입니다. 점포 대형화로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의견과, 임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포 수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힙니다.
 
사측은 거점지역 대형화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효과를 강조합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찾아오는 고객보단 찾아가는 서비스가 커지고 있다"며 "고객이 한 지점에서 세무, 법률, 부동산, 자금조달, 법인컨설팅 등 필요한 모든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깊이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점포 대형화와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점포가 커지면서 더 넓은 공간에서 직원들이 같이 근무하고 있고, 기존 직원들도 퇴사하지 않고 예전처럼 근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적과 지점 대형화 사이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래에셋, 점포 통폐합 계획…노조 "임원을 줄여야"
 
미래에셋증권 노조는 점포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임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전국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점포 중 8개소의 통폐합이 진행되는데요.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임원 수를 줄이면 통폐합 대상 점포를 살리거나 늘릴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10월부터 11월까지 테헤란밸리WM, 통영WM, 잠실새내역WM, 군산WM, 안동WM, 명동WM, 서울산WM, 용산WM 등 점포 8곳을 폐쇄(이관)합니다. 이들 점포는 각각 삼성역WM, 거제WM, 투자센터 잠실, 전주WM, 북대구WM, 투자센터 광화문, 울산WM, 마포WM 등 점포로 통합(수관)될 예정입니다.
 
미래에셋증권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는 디지털화를 이유로 흑자가 나는 점포도 줄인다고 발표했다"며 "폐쇄된 점포 직원들의 경우 통합된 점포로 배정 받으면 근로조건이 현격히 나빠질 수 있다. 특히 안동WM 점포 폐쇄 후 북대구WM 점포로 통합되면 안동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출퇴근 거리가 90km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영업점의 대면영업을 통해 인근의 법인 대상 영업 등 증권사 도소매 영업의 출발점이 만들어진다"며 "비대면 영업은 고객 충성도가 낮아 고객 이탈율이 높고, 법인고객 섭외가 요원해 기회 창출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통적인 대면영업 창구인 지점 축소를 중단하고 오히려 늘려야 한다"며 "본사 영업을 위한 임원 늘리기는 그 다음 순서"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