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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증권업계는 리더십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일련의 사태로 미리 수장을 바꾼 증권사부터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경우도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증권사별 리더십 현황을 살펴보고 2024년 새해 증권업계의 향방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의 새해 키워드는 리더십 세대교체다. 미래에셋증권 창립멤버 최현만 전 회장이 물러났다.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마저 계열사에 넘겼다. 신생 증권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을 국내 1위 증권사로 키운 최 전 회장의 용퇴를 한 시대의 마감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뒤를 이은 새 리더십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국내와 해외를 나눠 운영될 전망이다.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현만 대표의 용퇴, 그리고 한 시대의 마감
최 전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보유 지분을 미래에셋컨설팅에 넘겼다. 지난해 10월 퇴진 발표 이후 관계 정리에 나선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해 11월20일 이사회를 열고 최 전 회장을 포함한 개인주주 3명의 지분 총 35만5911주(전체 2.62%가량)를 주당 15만2345원에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이 중 최 전 회장의 매각 주식은 29만5055주 2.17%로 매각금액은 449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계열사로 지분의 60% 이상을 박현주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인수를 최 전 회장에 대한 위로금 차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 전 회장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개국공신이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7년 당시 동원증권 강남본부장을 맡고 있던 박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창업했다.
조직 관리와 영업 전권을 맡은 최 전 회장은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에 설립된 신생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을 불과 20년 만에 200배 성장시켜 자산총계 기준 국내 1위 증권사로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찾아봐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성장세다. 업계에서 최 전 회장의 용퇴를 한 시대의 마감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미섭·허선호 신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왼쪽부터)
2기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국내외로 나뉜 리더십
시장의 전설을 떠나보낸 미래에셋증권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김미섭·허선호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일반적으로 증권업계의 공동대표 체제에서 나타나는 IB나 리테일 같은 사업 부문별 대표체제와 달리 국내 사업부문과 글로벌 사업부문으로 업무를 나눈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사업부는 김미섭 신임대표가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싱가포르브라질 법인 대표에 이어 글로벌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주력 해외 법인 지역인 홍콩과 인도 등 신규 지역 진출 및 해외법인 설립을 이끌었고 국내 최초 룩셈부르크 SICAV 펀드 론칭, 글로벌 ETF 브랜드인 Global X 인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 자타공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글로벌통'으로 불린다. 2021년 말부터 2023년 11월까지 미래에셋증권 글로벌(Global) 사업을 담당하고, 2023년 10월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허선호 각자 신임대표는 국내 사업부는 맡게 된다. 허 대표는 조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조흥증권에서 업계에 첫 발을 들인 뒤 1999년부터 대우증권의 IB와 금융상품법인영업, 전략기획 등 증권업 전반을 이끌어왔다. 미래에셋증권 경영지원부문 대표를 거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WM(자산관리) 총괄을 맡았고 지난 202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WM 사업부 대표를 역임했다. 임기 내 미래에셋증권의 연금과 해외주식, 디지털 등 리테일 사업성장을 이끌어 IB부터 리테일 전반에 이르는 폭넓은 사업 운영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안정 도모하며 성장 파이프라인 강화나서
미래에셋증권의 2024년 화두는 안정성과 성장 파이프라인 강화다. 안정성 측면에선 현 미래에셋증권이 운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대한 손익 안정성 강화가 중점 목표다. 지난해 불거진 해외부동산 펀드 불완전 판매 논란의 여파에 따른 대응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 ‘미래에셋맵스9-2호’가 미주 지역 오피스 공실률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대거 손실을 내 시장의 충격을 가져다 준 바 있다.
새로운 리더십의 중점과제는 미래에셋증권의 성장 파이프라인 강화다. 미래에셋증권은 대표 명의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글로벌 비즈니스와 투자, 디지털과 연금 비즈니스를 오랜 기간 꾸준히 육성해 왔다"라며 "앞으로는 규모와 내실에서 모두 초격차를 내기 위해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주목하는 시장은 인도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BNP파리바와 인도 쉐어칸증권 인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총 300억루피(약 4800억원)으로 인도 시장 내 브로커리지와 금융 서비스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수 대상은 인도 시장 내 브로커리지 서비스 중심의 증권사 쉐어칸 증권을 비롯해 온라인 증권사 에스프레소, 크레딧 서비스 업체 NBFC, 교육 서비스 업체인 쉐어칸닷컴 등 4개 업체다.
인도는 현재 새로운 금융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 기준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ational Stock Exchange of India)의 총 시가 총액은 3조 9,890억 달러(한화 약 5,162조원)를 기록했다. 세계 7위 규모로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홍콩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 3조 9,840억 달러(한화 약 5,156조원)를 넘어섰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시장에 진출, 현지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2023년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37개 펀드와 41조원을 다루는 인도 내 9위 운용사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진출에 성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인도 쉐어칸 증권을 비롯한 인도 사업체 인수로 장기성장 중인 인도 증권업에서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며 "인수 후 현지 유일의 외국계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그룹차원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