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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현대건설, 실적 반등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6: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건설(000720) (35,300원 ▼700원 -1.98%)이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달성했음에도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수익성 하락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탓이다. 올해는 보수적인 사업 전략으로 ‘내실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사진=뉴시스)
 
영업실적 대폭 성장…그럼에도 불안한 현대건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각각 39.6%, 36.6% 증가하며 건설업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2022년 연결 자회사들의 단기 이익 축소 영향과 해외 현장의 원가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바 있기 때문에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폭에는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022년 현대건설은 전년(7535억원) 대비 22.8% 감소한 58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의 급격한 인상이 영업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난해 영업실적 성장세는 두드러진 반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현대건설이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34억원, 영업이익 1788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매출은 컨센서스를 상회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망치를 300억원 이상 밑돌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5983억원, 영업이익 144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4.5% 증가했지만, 이 역시 2022년 4분기와 대비한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3.1%였던 영업이익률이 4분기 1.7%로 3개월 만에 1.4%포인트 하락하며 원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 계획한 국내 주택사업의 분양 일정이 올해로 순연된 점과 해외 현장들의 원가율 상승 탓에 영업이익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미뤄진 주택공급과 해외 현장 마진율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업실적 성장에도 시장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주가가 대표적이다. 이날 현대건설의 주가는 3만2050원으로 마감됐다. 전날 장중 3만13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가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낸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 NH투자증권(005940)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자금조달은 ‘성공적’…올해 조심스러운 행보 보일까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16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3대 경쟁률을 기록하며 초과 수요를 달성했다. 최근 건설업종에 대한 자본시장의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뚫고 흥행을 기록한 것이다.
 
회사는 당초 모집 예정이던 1600억원에서 3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대건설은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 상환과 자재비 등 운영자금에 모집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자금조달로 차환 리스크를 해소한 현대건설은 올해 보수적인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수주목표액(29조1000억원)을 뛰어넘는 32조491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낮은 28조99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매출 역시 지난해(29조6514억원)와 비슷한 29조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의 경우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와 국내 샤힌 프로젝트 등 초대형 공사의 발주가 계획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수주 목표를 잡았다”라며 “올해는 해외 발주기관들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예년 대비 적은데다 국내외 건설경기도 좋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목표액을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 1·4 프로젝트(약 6조7800억원), 샤힌 프로젝트(2조3890억원) 등 두 거대 공사 수주로만 지난해 10조원에 가까운 수주고를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 발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건설의 국내·외 수주 계약잔액은 62조2800억원에 달해 당장 무리한 수주에 나설 필요성도 낮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기수주한 프로젝트들의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4.2%, 2022년 2.7%, 2023년 2.6%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감소한 영업이익률 개선이 시급하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주택 수주 부진의 여파로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은 하락 반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건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사업들의 착공이 예정돼 있어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사우디 아미랄, 샤힌 프로젝트 등 공정이 올해부터 본격화하기 때문에 이들 프로젝트의 원가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