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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CJ ENM 본사 (사진=CJ ENM)
신용등급 AA급 CJ ENM 회사채 겨우 면한 미매각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총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일부 물량이 미매각됐다. 23일 진행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조사에서 2년물 700억원, 3년물 1300억원 규모 모집에 각각 1550억원, 1250억원 주문이 들어왔다. 2년물은 완판을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3년물에선 목표액에 50억원이 미매각된 것이다.
앞서 올해 초 회사채 시장에선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특히 AA등급 이상 우량채의 경우 목표 금액의 수배를 웃도는 조단위급 주문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곤 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CJ ENM의 회사채 발행에선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결국 수요예측 직후 추가 청약을 시도해 50억원의 물량을 간신히 채우는 데 성공했다.
CJ ENM의 신용등급은 'AA-'로 우량채에 속한다. CJ ENM은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4곳의 AA-등급 평균 민평 금리 기준 ±30bp(1bp=0.01%포인트)를 공모 희망 금리로 제시했다. 지난 23일 기준 CJ ENM의 3년물 민평이 등급 금리 대비 5bp가량 낮아 매력적인 금리 수준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채를 잇달아 흥행시켜 무난한 완판이 기대됐었다.
CJ ENM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사채 발행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차환 상환을 위해 발행됐고 결과적으로 완판에 성공해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일각에서 CJ ENM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자회사 경영 정상화와 오는 2월 실적 발표서도 회복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시작으로 재무 안정성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전망에 더불어 연이은 악재에 신음
CJ ENM이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은 이유로는 부진한 실적과 더불어 현재 CJ ENM이 직면한 악재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 ENM은 지난 한 해 부진한 경영성적을 기록했다. 회사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선 ‘반전’이 필요해 보이지만 현재 거론되는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ENM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연결기준 매출 3조1087억원, 영업손실 7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자회사인 티빙, 피프스시즌이 각각 제작비 부담 증가와 작품 제작 지연이 이어졌고,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기대했던 영화 사업에선 연이은 흥행 실패를 맛봐야 했다.
2023년 CJ ENM이 투자한 영화 개봉작 포스터 (사진=CJ)
특히 작년 CJ ENM의 영화사업 부문은 2023년 한국 박스오피스 10위 작품 중 단 한 작품도 배급하지 못할 만큼 부진을 겪었다. CJ ENM 메인투자를 진행한 영화 '유령'(제작비 137억원)은 악평 속에 관객 66만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BEP)를 넘지 못했고, 286억원이 들어간 ‘더 문’도 평단의 혹평을 받으며 관객수 50만에 그쳐 흥행에 참패했다.
이어 추석 극장가 기대작으로 뽑히던 ‘천박사 퇴마 연구소’도 손익분기점인 250만 관객에 못 미치는 191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실패했다. 뒤 이어 개봉한 ‘소년들’도 손익분기점 관객수 170만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예정된 개봉작들도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1월 개봉한 ‘외계+인 2부‘의 경우 개봉 후 2주간 11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 같은 기간 관객수 142만을 기록한 '외계+인 1부'에 비해 뒤처졌다. 심지어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됐지만 주연 배우인 고 이선균 배우 사망으로 개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CJ ENM을 보는 자본시장의 차가운 시선
추가 청약으로 겨우 미매각은 피할 수 있었지만 활황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채 시장에서 이례적인 흥행 실패는
CJ(001040) (96,800원 ▲700원 +0.72%)그룹에 대한 자본시장의 차가운 시선을 가늠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그룹 전체 주요 사업군에서 잇따른 부진을 겪고 있는 CJ그룹 관계사들은 자본 조달과정에서 뼈아픈 신뢰도 하락을 경험해야 했다. 부진한 사업 운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반전은 없기 때문이다.
CJ CGV(079160) 경우 지난 2022년 7월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가 전체 발행물량의 7.78%만 신청이 접수돼 무려 3688억원에 달하는 미달물량이 발생했었다. 결국 당시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001200) 등이 이를 부담해야 했다. 인수물량은 미래에셋증권이 2305억원, NH투자증권이 829억원, KB증권이 461억원, 유진투자증권이 92억원에 달했다. 작년 2분기 실적에서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인수물량에 대해 150억원 평가손실 처리했다.
결국 CJ ENM을 비롯한 CJ그룹 관계사의 자본시장 신뢰 회복은 올해부터 추진되는 신 사업 성과에 달렸다. 다만 증권가에선 4분기 방송 사업 부문의 부분적 회복을 전망했다. 이어 CJ ENM이 한국야구위원회(KBO) 모바일 중계권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광고 수입 확대도 기대됐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4분기 실적은 시장의 컨센서스보다는 낮으나 미국 자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비용 부담 완화로 인한 적자가 축소될 것"이라며 "올해는 티빙의 온라인 플랫폼 수익성 개선과 함께 광고시장 회복으로 점진적 회복이 전망된다"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