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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말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3분기에 비해 1조4000억원이 늘었다. 증권업계는 이 기간 부동산PF 대출이 1조5000억원 늘어 전체적인 상승을 이끌었고, 연체율은 13.73%로 금융권 중 가장 높았다. 시장에선 4월 위기설마저 돈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코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의 부동산 익스포저 다이어트가 한창이다. 부동산 부문 실적 부담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6115억원을 기록했지만 충당금 적립 등의 여파로 4분기에는 1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까지 1조원을 상회하던 부동산 익스포저를 지난해 말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시장이 보는 시각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사진=미래에셋증권)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023년 말 기준 매입확약을 포함해 지급보증을 진행한 부동산 사업장은 총 22곳이다. 액수로는 6118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물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규모는 총 51곳, 1조1136억원이었다.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투자자 이탈 등으로 유동화증권 차환 금액이 부족한 경우 계약한 금융사 또는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해야 하는 조건을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부동산 익스포저 축소에 나선 것은 그간 부동산 관련 사업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으로 부동산 금융 조직을 축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 금융 전반을 담당하는 IB2의 부동산 7개 본부를 4개 본부로 축소했고 헌인마을 사업과 같은 개발 사업을 담당했던 투자개발부문은 '대체투자금융부'로 합쳤다. 재개발 사업의 PF 주선을 담당하던 최고 임원의 직위도 대표에서 본부장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지난 3월26일 미래에셋증권의 주주총회에서도 부동산 금융 축소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신임 대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경영 실적에 송구하다"라며 "그동안 경영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냉정히 살피면서 재정비하고 있고 IB부문은 체계적인 공정가치 평가를 지속해 엑시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실적 회복 전망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음
미래에셋증권이 부동산 금융을 대폭 축소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위기 신호는 여전하다. 향후 길게는 2년간 부동산 관련 위험 요인이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8일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미래에셋증권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P글로벌은 “부정적 등급전망은 향후 1∼2년간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S&P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며 “한국 내 부동산 PF 사업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실패 가능성과 유동성 위기, 그에 따른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등도 증권업 하방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실적에서 IB부문은 영업손실이 1175억 원에 달했다. 부동산 금융에서의 수익 감소가 주원인이다. IB부문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한 1994억원으로 이 중 PF·자문 수수료가 전년 대비 50.1% 줄어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자기자본투자(PI)와 기타 부문도 영업손실 88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올해는 미래에셋증권 강점인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을 비롯한 전통 IB부문의 수익성 강화, 해외주식 거래 증가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마지막 난관 헌인마을 재개발
문제는 이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에도 부동산 PF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2023년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 중 단일 사업으로 가장 큰 건은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롯데건설과
신원종합개발(017000)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한국토지신탁 외 3개 신탁사가 사업부지를 비롯한 시행과리처분에 대한 신탁업무를 맡는다.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건에 대해 특수목적법인(SPC) ‘아마란스제일차’를 통해 700억원 규모 매입확약을 진행했다. 만기는 오는 2027년 11월26일까지로 대출약정에 따라 원금 700억원에 대해 최우선 상환받는 '트랜치(Tranche) A' 대주 중의 하나로 참여했다.
서울시 서초구 헌인마을 개발 현장, 헌인교회를 중심으로 조성된 마을은 2024년 4월 현재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IB토마토)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지난 2002년과 2006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6개 마을 총 43만8206㎡에 지하 2·3층~지상 3층 전용 119~274㎡ 222가구가 조성되는 사업이다. ‘르엘 어퍼하우스’로 명명된 해당 사업은 최상위 계층을 타깃으로 분양가는 평형별로 차이가 있으나 3.3㎡당 1억2000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이 진행 중인 헌인마을은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자활촌이었다. 지난 2002년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사업은 2006년
삼부토건(001470)을 중심으로 설립된 우리강남PFV가 헌인마을 부지를 매입에 나서면서 본격화됐지만 2008년과 2011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좌초됐다. 당시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했고 지난 2019년 미래에셋증권이 채권을 인수한 뒤 2020년 개발 조합이 다시 설립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헌인마을 개발건은 그 이후에도 난관이 계속됐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에서 인허가가 지연되고 주요 조합원 중 하나였던 헌인교회가 사업구역 내 종교시설을 지정하지 않아 교회를 짓지 못하게 되자 ‘환지예정지 지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IB토마토>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공사지연 문제는 해결된 듯 보였다. 열대가 넘는 굴착기들이 철거 작업에 한창이었다.
현지 한 주민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수년 째 공사가 미뤄지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난관 끝에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미래에셋증권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본PF물량 중 1500억원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앞서 진행된 부동산 금융 관련 조직 개편과 담당자 교체가 진행되자 본PF 단순 주선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