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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증권사 진용 짜는 우리종금…'톱10 진입'은 아직 먼 얘기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6: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이 한국포스증권과 합병 이후 기업금융(IB) 명가 부활을 꿈꾸며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 출신 남기천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비롯해 IB 경험이 있는 미래에셋 출신 인사로 채우고 있다.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노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까지 합병회사의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선뜻 자리를 옮기는 인재가 많지 않은 분위기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 규모나 핵심 사업 부재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인재 영입 안간힘, 반응은 '글쎄'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종금이 올 하반기 출범 예정인 합병 증권회사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이번 인재영업은 기업금융(IB)은 물론 자산관리(WM)를 비롯한 일반 소매금융부터 재무, 홍보, 전략기획 등 증권업에 필요한 전 분야에 걸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존속법인은 한국포스증권이고 우리종금이 사라진다. 합병 증권사 사명은 10년 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던 '우리투자증권’이 유력하다.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하면 2023년 말 자기자본기준으로 18위권 중형 증권사가 된다. 합병기일은 오는 8월1일로 금융위원회 인가 등의 절차를 밟아 3분기 중 출범할 전망된다. 
 
우리종합금융은 올해 초 신임 대표로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남 대표는 대우증권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이후 쭉 미래에셋그룹에서 근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자회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대표를 맡고 있던 남 대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권유로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우리종합금융의 대표로 선임됐다. 
 
회사 합병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출범이 가시화 단계지만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종금은 미래에셋에서 법인영업을 맡았던 홍순만 이사를 인사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홍 본부장은 대우증권 출신의 미래에셋증권 HR본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통합 당시 인사부장과 본부장을 맡아 10여 년간 공채 입사와 인력 관리를 총괄했다.
 
이외에도 양완규 IB총괄 부사장과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 등 핵심 부서의 인물도 자리를 옮겼다. 이들 모두 공교롭게도 미래에셋증권 일색이다. 일각에선 우리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롤모델로 삼고 이에 맞춰 인재영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투자증권이 미래에셋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IB와 리테일 등 사업 분야와 지원 분야까지 다양한 직군의 인력에 오퍼가 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아직 회사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만큼 쉽게 응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자산규모 비교 열위…"맷집 길러야"

이번 합병에서 종속법인이 한국포스증권이지만 자산규모와 사업영역 등을 고려할 때 주축은 우리종합금융이다. 우리종합금융은 증권중개업무와 보험업무를 제외한 모든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종합금융회사다. 발행어음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수신업, 대출, 유가증권 운영이 주요 사업으로 지난 2013년 6월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후 10년 뒤인 2023년 8월 주식교환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애당초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목적은 비은행 수익 강화에 있다. 소위 ‘이자장사’라는 세간의 비난을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로 불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우리종합금융도 중개업무를 제외한 금융업무가 대부분 가능하지만 실제 사업 포트폴리오를 따져보면 ‘이자장사’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리종합금융의 2023년 3분기 말 기준 영업자산 구성은 대출채권 74%, 유가증권 22%, CMA 자산이 4%다. 이중 대출채권은 장간기 기업 신용대출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금사로서 대출이 아닌 실제 운용하고 있는 자산은 전체 운용자산 4조9994억원 중 유가증권 1조945억원, 부동산 PF 6899억원, CMA 1912억원 등으로 2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B나 신사업을 추진할 자산규모도 넉넉지 않다. 합병 후 우리투자증권 자산은 6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농협금융지주 매각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자산 규모가 30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증권 자산규모는 약 62조9521억원,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각각 53조9040억원과 49조4003억원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 18조6845억원을 모두 우리투자증권에 쏟아붓는다고 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통상 회사의 자금력은 위기 때 필요한 '맷집'이다. 증권사의 경우 때에 따라 투자 활동에 따른 위기를 넘길 맷집이 필요하다.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후 출범해도 기초 체력부터 부족해 우리금융지주가 꿈꾸는 시장 상위권 투자증권으로의 도약은 시작부터 한계에 놓였다는 평가다.  
 
역량·경험 부족…확고한 전략 필요 
 
시장에서도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업 진출 선언 당시부터 가져온 새로운 '메기'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지주의 막강한 지원 여력과 영업 네트워크가 시장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일부 기대했지만 핵심사업에 대한 역량과 경험, 조직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중견 증권사와 종금사 여럿이 명멸을 거듭했다. 이런 와중에 대형 증권사로 거듭난 회사들은 저마다의 확고한 전략이 있었다.
 
가장 모범 사례가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증권사였다. 하지만 2000년대 펀드 투자 붐에 힘입어 사업 초기 발판을 마련했고 활발한 해외 투자로 20여 년 만에 자기자본 규모 부동의 1위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증권 설립자인 박현주 회장이 커리어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도 모범 사례 중 하나다. 동원그룹의 비주력 계열사이던 동원증권은 독립 후 당시 국내서 익숙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나 자산유동화증권(ABS)·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선진 금융 기법을 소개하며 투자은행(IB) 분야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키움증권(039490)은 리테일 분야 혁신으로 성장했다. 2000년 당시 IT기업이던 다우기술(023590)은 엘렉스컴퓨터(현 키다리스튜디오(020120)), 삼성물산(028260)의 출자를 받아 인터넷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을 설립했다. 객장에서 주식을 거래하던 것과는 달리 인터넷 주식거래만을 사업영역으로 삼았고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 '영웅문'을 출시해 단숨에 자기자본 규모 9위로 사세를 키울 수 있었다. 
 
우리금융지주는 합병 증권사 핵심 사업으로 기업금융과 리테일(소매금융) 사업을 내세웠다. 최근 합병 관련 브리핑에서도 10년 내 '톱10 초대형 IB'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한 한국포스증권은 펀드 판매 위주의 소형 증권사로 IB 조직이나 경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포스증권의 증권 관련 라이선스만 가져오는 셈이다. 우리종합금융도 한동안 부동산PF에 주력하면서 부채자본시장(DCM)에만 이름을 올릴 뿐이었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리테일 사업 강화도 쉽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리테일 강자들이 굳건한 데다 사용자 대부분 투자 계좌나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등으로 쉽사리 갈아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지주로부터 5000억원을 받아 자본 여력이 커졌다. 포스증권 합병으로 상품성 다양화도 가능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실 우리금융이 IB와 리테일 분야를 동시에 키우는 건 어렵다"라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교우위가 있는 사업 영역을 찾아 키워나가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